[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바이에른 뮌헨은 매우 진지하게 토마스 투헬 감독의 잔류를 고려하고 있다.
약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이에른은 투헬 감독과의 계약을 1년 더 미리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투헬 감독은 약 1년 전,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대체자로 부임했지만 바이에른을 기대만큼 이끌지 못했다. 당시 바이에른은 2011~2012시즌 이후로 첫 무관 위기에 봉착하자 투헬 감독과의 결별을 결심했다.
그렇게 3달이나 흘렀지만 바이에른은 역대급 사태를 겪었다. 투헬 감독의 후계자로 고려했던 플랜A부터 D까지를 모조리 실패했다. 사비 알론소 바이엘 레버쿠젠 감독, 나겔스만 독일 감독, 랄프 랑닉 오스트리아 감독에게 거절당한 뒤에 올리버 글라스너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 선임마저 물거품이 됐다.
플랜A부터 D까지 실천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바이에른 합류를 거부한 감독도 많았다. 우나이 에메리 애스톤 빌라 감독, 로저 슈미트 벤피카 감독, 로베르트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 등은 직접 현재 구단에 남을 것이라고 밝히며 바이에른 부임설에 선을 그어버렸다.
이를 두고 독일 스포르트 빌트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바이에른의 수뇌부들은 감독위원회 회의를 진행 중이다. 글라스너 감독 선임 시도마저도 실패했다. 바이에른에서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상황이다'며 당혹스러운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바이에른 수뇌부의 생각은 이제 투헬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매물보다는 투헬 감독이 더 좋은 사령탑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막스 에벨 바이에른 스포츠 디렉터와 크리스토퍼 프로인트 스포츠 디렉터는 투헬 감독을 남기자는 의견을 구단에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포르트 빌트는 '바이에른 수뇌부들은 투헬에 대한 결정을 재고하길 원한다. 일부 선수들이 투헬 감독의 잔류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직 투헬 감독의 위약금 지불 방식도 확정되지 않았다. 투헬 감독의 측근들은 투헬 감독이 어떤 시나리오에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투헬 감독의 후계자가 투헬 감독이 될 수 있는 이상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구단 수뇌부 중 일부에서만 투헬 감독 잔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는 14일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는 구단 수뇌부에 투헬 감독과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르로이 사네, 해리 케인, 에릭 다이어 그리고 자말 무시알라는 투헬 감독과 계속 함께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선수단 중 80%의 선수들이 투헬 감독의 잔류를 설득해달라는 의견에 동참했다는 현지 보도까지 등장했다.
바이에른은 빠르게 투헬 감독의 에이전트와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스포르트 빌트는 15일 '어제 허버트 하이너 바이에른 사장과 울리 회네스 명예회장 그리고 칼 하인츠 루메니게 감독위원회 위원의 중심의 회의가 끝난 후 감독 선임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금일 아침, 바이에른과 투헬 감독이 미래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다'며 투헬 감독의 에이전트가 프로인트 디렉터,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바이에른 CEO와 만나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바이에른이 투헬 감독과 함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구단 수뇌부가 그의 에이전트와 만날 이유가 전혀 없다. 투헬 감독의 에이전트를 구단 사무실로 불렀다는 건 투헬 감독의 미래에 대해서 논의할 사안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포르트 빌트 역시 '투헬 감독의 잔류가 명확한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투헬 감독의 잔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에벨 디렉터와 프로인트 디렉터 그리고 드레센 CEO의 경우는 투헬 감독을 설득해 다시 구단에 잔류하도록 만들고 싶어하는 중이지만 회네스 명예회장과 루메니게 감독위원회 위원은 기존 결정 그대로 이행하는 걸 원하고 있는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투헬 감독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의 문제다. 투헬 감독은 바이에른을 떠나는 입장에서 다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대체자로 투헬 감독을 굉장히 원하는 중이다. 투헬 감독 역시 프리미어리그(EPL)로의 복귀를 원하며 맨유행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키커는 15일 '투헬 감독은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투헬 감독은 자신이 임시 감독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는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알론소 감독이 매물로 나올 2025년까지만 감독직을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도 문제는 투헬 감독 반대파의 여론이다. 키커는 '회네스 명예회장과 루메니게 감독위원회 위원이 투헬 감독의 계약 연장을 받아들일까. 여기서 설득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일단 회네스 명예회장의 가까운 측근들은 구단의 모든 이들이 투헬 감독을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회네스 명예회장도 허락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투헬 감독이 바이에른에 남을 수 있는 문은 지난 몇 주, 몇 달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더 열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투헬 감독의 잔류가 확정된다면 김민재의 차기 시즌 전망은 참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김민재의 위치를 분석하면 김민재는 백업이다. 후반기 들어서 김민재는 마타이스 데 리흐트와 다이어한테 밀려 커리어 처음으로 주전에서 밀려났다. 후반기에 김민재가 몇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다.
투헬 감독이 남아서 바이에른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미지수지만 지금의 전력에서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김민재는 계속해서 벤치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투헬 감독의 바이에른 잔류를 무작정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이유가 있다. 투헬 감독이 이번 시즌 초반 만들어낸 구상은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를 주전으로 쓰는 매우 공격적인 축구였다는 점이다.
바이에른이 새로운 보강에 성공해 투헬 감독이 높은 수비라인을 형성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도록 만들어준다면 김민재는 투헬 감독한테 가장 많은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바이에른 수비진에서 공격적인 수비를 제일 잘하는 선수는 단연 김민재다.
시즌 막판 투헬 감독은 바이에른이 김민재를 보유하고 있는 게 행운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여전히 김민재의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전반적으로 김민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믿음직하다. 내 생각에 그는 매 경기마다 뛰었던 것 같다. 김민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경기를 펼쳤고 어떤 휴식도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축구 선수의 커리어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민재의 행동방식과 성격은 매우 뛰어났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에 있을 자격이 있다. 바이에른은 최고의 사고방식을 가진 뛰어난 선수를 가져서 행운이다"며 김민재에 대한 극찬을 남겼다
이렇게 김민재를 칭찬한 투헬 감독이 현재 김민재를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는 이유는 김민재의 플레이스타일이 레알 마드리드전처럼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헬 감독은 시즌 전반기와 후반기를 매우 다른 전술로 운영했다. 후반기 들어서는 수비라인을 내리는 전술적인 운영을 가져갔는데 이때 김민재의 공격적인 수비는 실점으로 연결된 적이 종종 있다. 그래서 김민재 대신 다이어와 데 리흐트를 주전으로 기용 중인 것이다.
투헬 감독이 잔류해서 바이에른에 남게 된다면, 구단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투헬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김민재가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에른이 알론소 감독이나 클롭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투헬 감독을 임시방편으로 남겨놓고, 영입도 도와주지 않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김민재는 또 벤치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