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오겜 양반, ‘더에이트쇼’가 새 왕이 될 상인가[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5. 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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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비상 사태요
사진 I 넷플릭스
*1~5화 시청 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무섭네요, 뭘 해야 할지를 몰라서...”

지적인데 재미는 덜하다. 기가 막힌 세공인 줄 알았더니 많이 본 기성품이라 더 킹받는다. 대충 흘려줘도 알아 들을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무한 반복한다. 인간 군상, 계급사회·자본주의, 탐욕·몰릴수록 폭주하는 본성 등. ‘오징어 게임’과는 그 출발부터 다르지만 대중에겐 어쩔 수 없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원작 팬들에겐 실사화 그 자체로 반가운 선물이 될지 모르나 다채로운 장르물을 기대한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고도 지루한, 현혹되다 만 ‘더 에이트 쇼’(감독 한재림)다.

작품은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블랙 코미디를 가미한 희비극. ‘관상’ ‘더 킹’ ‘비상선언’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물이다.

원맨쇼급 열연으로 작품을 여는 류준열은 내내 든든하게 뿌리 내린다. 전체를 끌고 가는 주인공인 ‘배진수’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가난한 동네에서 탈출하려다 사채 빚에 허덕이게 된 그는 노답 노예 인생이 지겨워 양화대교에서 뛰어 내리려던 중 의문의 메시지에 혹해 비밀스런 공간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얄미운 찡찡이(야무진 기회주의자), 돌아이, 다혈질 깡패, 브레인, 갑갑한 평화주의자 등 강렬한 7명의 동거인을 만난다.

사진 I 넷플릭스
“뭐든 질리면 시간(돈)을 주지 않을 텐데. 그들이 원하는 건 ‘진짜 재미’죠.”

입장 전 랜덤으로 뽑은 의문의 카드는 입주자들이 머무는 각 층수가 되고, 이는 곧 계급이 된다. 1층은 흙수저요 8층은 금수저다. 층마다 방 크기, 시급 등 모든 게 다르다. 정체 모를 고용자들이 이들의 생존을 지켜보며 ‘재미’를 느끼면 ‘시간’은 늘어나고 상금(급여)이 쌓인다.

이곳에서의 물가는 무려 100배. 가진 자는 써도 써도 돈이 남고, 없는 자는 아껴도 아껴도 부족하다. 다만,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퇴장할 시 쇼는 즉시 중단된다. 공동체를 이뤘지만 자연스레 계급은 나뉘고 불균형은 심해진다. 갈등은 쌓이고 게임은 점점 더 잔혹해진다.

1-2화는 캐릭터 소개와 의문의 룰을 알아가는데 할애한다. 현대 인간 사회 축소판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섬세한 묘사와 상징과 함의, 풍자를 겻들인 블랙 코미디, 감각적인 미장센, 연극을 보는 듯한 연출과 극적인 음악으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간들을 무사히 넘긴다. ‘혹’할만 하다. (그 미학은 류준열의 공이 80% 이상이다) 특히 ‘장기자랑’ 시퀀스는 소소한듯 강렬한 킬링 포인트다. 이 작품 만의 개성을 가장 잘 살린 부분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계급이 나뉘고, 편이 갈리고, 게임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고유한 색깔은 반감된다. 독특한 문법으로 시작된 작품은 익숙한 화법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메시지는 여러 장치를 통해 또 반복된다.

구구절절 설명은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 평화가 깨지며 급냉각되고 누군가는 흑화되는 ‘급변’의 구간들도 더러 작위적이다. (협력·공존의) 차별화를 두려고 했던 부분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해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개성도 묻힌다. 부족한 명분의 ‘치열함’에 시청자의 몰입은 점점 어려워진다. 엔터네이닝 지수는 낮고 엔딩의 섹시함 등 시리즈물에 적합한 기교도 부족하다.

사진 I 넷플릭스
무엇보다 양에 비해 질 떨어지는 캐릭터들의 쓰임이 가장 아쉽다. 그나마 유일하게 제 할 일을 해내는 건 류준열 뿐. 류준열의 눈을 통해 비춰진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저 ‘설정’에만 충실하다. 지독하게 평면적이다. 그 설정조차 이런 장르, 이런 메시지에서 늘 봐오던 캐릭터다. (전사를 뒤로 몬 탓인지, 애초에 빈약한 것인지, 뻔한 장치들 때문인지) 쌓여가는 서사의 디테일이나 케미의 맛, 관계성에서 오는 디테일한 감흥이 부족하다. 명품 배우들을 단순한 활용이 아쉬울 따름.

‘연기천재’ 천우희는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배우의 필모에서 볼 수 없던 색깔이라 신선한 면도 있지만, 미스매치로도 보인다. 강한 개성만큼 튄다. 파격적인 비주얼만 돋보인다. 표정·어투·행동 하나 하나 대놓고 ‘돌아이’를 ‘연기’한다. 자연스러운 ‘과장됨’인지는, (이 또한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다.)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나뉠 것 같다.

아직 5화까지 공개된 상태라 후반부에 어떤 비장의 무기를, 어떤 기막힌 반전이나 시원한 한방을 선보일지는 모르나, ‘선방’까진 못한 듯하다. 긴 호흡의 시리즈는 특히 뒷심만큼 앞심이, 매회의 재미도 중요하다. 방대한 양의 원작을 압축한 만큼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도 충분히 납득하고 즐길 만한 스토리텔링과 무수히 봐온 비슷한 장르와의 차별성도 겸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대만 못한 평범함이요, 다 갖추고도 묘하게 루즈해지는 진부함이다.

사실 메가폰의 실질적 메시지는 이미 1·2화에 각종 대사와 미장센, 쇼의 룰 등으로 충분히 전달된 바, 과도한 ‘예술혼’은 반복을 불러오고, 균형이 깨지니 다채로움이 감소한다. 불편한 리얼함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고. (만약 ‘어려워서’ 혹은 ‘난해하다’고 시청자의 눈을 걱정한 거라면 제작진의 거만이다.)

스릴러·코미디·서바이벌 등 복합 장르적 재미가, 캐릭터 무비로서의 매력이 기대 이하다. 뒤늦게 얼마나 터질지는 의문. 다만, 아는 주제의 투머치 토크에 8시간을 할애하기는 망설여진다. 혹하지 않는 쇼에 통큰 투자는 시청자에겐 가혹하니까. 추신, 무슨 말(의도)인지 알겠고요. 그래서 언제 막 재밌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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