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모든 팬들이 범법행위자를 무조건 감싸는 건 아니기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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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에 거짓해명까지, 하늘을 가리기엔 손바닥이 너무 작은 김호중
범법행위도 울타리 쳐주는 게 소속사와 팬덤의 바른 역할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뺑소니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사고를 내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했기 때문이다. 운전자 바꿔치기와 음주운전은 합리적인 의혹이다. 매니저가 대신 자수를 했고 하루가 지나서야 경찰서를 찾은 김호중은 추궁 끝에 자신이 운전했다고 자백했다. 그 과정을 보면 합리적인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바꿔 입었고, 하필이면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도 빠져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일들이 우연적으로 벌어지진 않는다.

급기야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는 김호중이 매니저에게 뺑소니 사고를 낸 후 했던 발언이 담긴 녹취파일이 존재한다는 KBS의 보도가 나왔다. 경찰 역시 이 녹취파일을 확보했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그 파일이 공개되면 의혹으로 남았던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는 기정사실이 된다. 김호중이 저지른 일련의 범법행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던 정황도 드러날 수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그저 상식적인 시선으로 보면 이미 김호중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뺑소니를 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숨긴 채 공연을 강행했다는 건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국내에서 연예인들의 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어떤 파장들이 일어난다는 건 김호중도 또 소속사도 잘 알고 있는 일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이 일에 대한 사과와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이를 은폐하거나 변명하기에 바빴다.

소속사가 내놓은 공식 발표들이 연일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상황은 그 은폐와 변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났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애초에 이야기했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게 아니라 매니저가 자발적으로 출석한 거라고 했지만 또다시 이를 번복해 소속사 대표가 부탁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유흥주점에 갔다는 게 밝혀지자 술집에 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했고, 뺑소니 사고에 있어서도 '공황장애 증상 때문'이라는 갑작스러운 주장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매니저가 대신 뒤집어쓰려 하다 실패했고, 이제는 대표가 나서서 자신의 과잉보호가 만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대중들이 납득할까.

상식적인 대중들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부 팬들은 납득은 물론이고 응원와 지지까지 하는 목소리를 낸다. 팬카페라는 특수한 환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그 카페를 운영총괄하는 이가 게시한 글은 놀랍다. '우리는 진위확인 안된, 부정적 기사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호기심 클릭과 링크전달로 무분별한 확산을 시키지 않습니다! 차분하게 소속사 공지를 기다리며, 아리스로서 할 일에 집중하는 현명한 아리스가 됩시다! 노클릭! 노반응! 노대응!'

이런 게시글에 일부 팬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글을 잇는다. 하지만 이게 팬덤 전체의 목소리일까 싶다. 김호중을 사랑해온 팬들이라면 이 사태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범법행위를 한 스타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목소리를 낼까 싶은 것이다. 대부분은 무슨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침묵하고 있을 거라 여겨지는데, 게시판에 올라오는 지지의 글이 팬덤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호도되는 건 아닌가 싶다.

이 즈음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스타와 소속사, 팬덤 사이의 올바른 관계와 역할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걸 덮고 싶은 욕망은 클 수 있지만 그게 과연 스타에게 좋은 선택일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김호중은 이미 4년 전에도 전 매니저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 스폰서, 병역 회피 의혹, 불법 도박 의혹 등 다양한 논란들이 불거졌던 전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여전했던 무조건적인 소속사의 방어와 팬덤의 응원은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

이제 스타와 팬의 관계는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 잘못된 일은 따끔한 비판과 더불어 이를 통한 성장을 함께 추구해가는 그런 관계다. 트로트 팬덤이 중장년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래서 '콘크리트 팬덤'이라며 어떤 범법행위도 눈감아주는 그런 팬덤이라고 섣불리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일부의 목소리가 침소봉대된 것일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비판적 팬덤'의 목소리들이 더더욱 나오길 바란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상생하는 스타와 팬 사이의 관계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김호중 사태는 이미 하늘을 가리기에는 손바닥이 너무 작은 형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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