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부족 심각…시급한 전력망法[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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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전기 수요의 폭증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기를 공급해 주는 '송전선로'를 만드는 일도 만만찮다.
민간 발전사가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대했던 정부도 송전선로 건설에서 손을 떼 버렸다.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봄·가을에 발전설비의 출력을 강제로 제한하고, 원전의 출력을 줄이는 비정상적인 '감발(減發)'을 하는 것도 송전선로 부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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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전기 수요의 폭증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 기술과 전국에 속속 들어서는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입해 2042년까지 완공하겠다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도 한국형 원전 5기에 해당하는 7GW나 된다.
발전소를 짓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기를 공급해 주는 ‘송전선로’를 만드는 일도 만만찮다. ‘송전탑’이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주민 혐오 시설로 각인돼 있어 더욱 그렇다. 10년 전의 밀양 송전탑 사태는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동해안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 8기(7.4GW)의 불이 꺼져 버린 것도 송전선로 부족 때문이다. 강릉에서 울진에 이르는 동해안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된 11.4GW의 송전선로는 원전 8기(8.7GW)와 태양광·풍력(1.9GW)이 차지해 버렸다. 지난 4월 울진의 신한울 2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접근로를 빼놓고 신도시를 완공한 것과 같다.
대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당초 한전은 신한울 1·2호기의 완공에 맞춰 2019년까지 8GW 규모의 초고압 직류 송전 방식(HVDC)의 송전선로를 완공할 예정이었다. 송전탑 건설에 대한 주민 반발을 고려해 지중화가 가능한 최첨단 신기술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정부의 맹목적인 탈원전·탈석탄으로 한전의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민간 발전사가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대했던 정부도 송전선로 건설에서 손을 떼 버렸다.
이제 동해안 송전선로 건설은 2026년 말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민간 발전사만 궁지에 내몰린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석탄보다 30% 이상 더 비싼 LNG 화력과 2배 이상의 오염물질을 쏟아내는 구형(舊型) 석탄화력에 의존해야 하는 소비자의 부담도 작지 않다.
송전선로 문제는 동해안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역시 탈원전·탈석탄으로 공사가 지연된 새울 3·4호기가 올해와 내년 말에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고리·울산의 사정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리·새울 원전과 연결된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원전 5기의 가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자칫하면 2011년 9·15 순환정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재앙적인 광역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 때 호남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태양광·풍력 설비의 계통 연결 문제도 심각하다.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봄·가을에 발전설비의 출력을 강제로 제한하고, 원전의 출력을 줄이는 비정상적인 ‘감발(減發)’을 하는 것도 송전선로 부족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계통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서해안의 해상풍력 신규 사업을 줄줄이 불허 판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송전망 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굼뜨기만 하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서해안 해저 전력고속도로’는 2036년에야 빛을 보게 된다. 송전선로 때문에 지역에서는 발전소를 멈춰 세우고, 수도권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억제하는 황당한 일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발의한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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