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더이상 명동에 그 사장 없다?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거 젊은 양반이 말씀이 좀 짧으시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여기 동네 난리 쳐놓고 어딜가."
이 문장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영화 장면이 있으시다면 당신은 아마도 그 천만관객 중 한 분? 와우 지금 다시 찾아보니 무려 134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네요. 저 대사를 애드립으로 날렸던 그 배우(마블리)는 어제 또 다른 천만영화 보유자가 됐다고 합니다. 일단 박수!!
그치만 이번 [발로 뛰는] 시간에는 '아트박스'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한국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인 서울 중구 명동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웬일로 명동이냐. 저번엔 종각역이더니 살짝 옆 동네로 놀러간거냐 쇼핑갔느냐-궁금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만 둘다 아닙니다. 그저 연차 쓴 날에 제 의료기록이 남아있던 병원에 들렸을 뿐입니다. (정말 헤어지고 싶습니다 이놈의 안구건조증 ㅠ_ㅠ)
초역세권 빌딩 상층부에 위치한 병원이었는데요, 네 그 건물 1~3층에는 원래 일본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있었더랬습니다.(과거완료형)
2011년 11월 시끌벅적하게 오픈했다가 2021년 1월에 철수했으니 10년을 채우지 못한 임차인이었네요. 약 3966㎡(1200여평) 면적으로 당시 뉴욕 5번가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유니클로 플래그쉽 스토어였고, 오픈 당일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쟁쟁한 기록을 여럿 남겼지만 이젠 역사의 뒤안길로 오케이바이~모드입니다.
그렇게 코로나19 직격탄을 정통으로 맞아 꽤 오랫동안 공실이었던 그 자리는 1층만 아몬드 가게가 점령(?)했습니다. 아앗 잠깐 그 브랜드 샵이 명동에 무려 4곳이나 있다고 하네요. 코로나 전까지만해도 명동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의 최애(?)기념품 중 하나가 'K-김'이었던 것 같은데, 그 바통을 'K-아몬드'가 이어받은 듯한 위상입니다.
그.러.나 명동 중앙도로만 인파가 넘실댈 뿐, 이면도로에는 공실폭탄이 여전히 심각했습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아트박스가 여기서 등장합니다. 아니 사라졌습니다.
분명 제 기억엔 밀리오레명동 블록 이면도로에 3개층 정도를 사용하던 아트박스 매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특유의 흰색 외관만 남기고 텅비었습니다. 이상하다 얼마 전에 아트박스 본사 작년 매출이 2200억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아니 왜 명동에서는 철수를?
아하 찾아보니 약간의 부침이 있었습니다. 제 시야의 공실은 2호점이고 애초 1호점이었던 1층 매장도 철수했...는데 그 바로 옆건물에 몸집을 넓혀서 다시 오픈했네요. 아트박스 사장, 명동에 아직 한 분 남아계시는걸로^^;;
이렇게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업종은 여전히 명동에서 먹히는(?) 듯 합니다. 아트박스 바로 앞 건물에는 모자나 머플러, 쥬얼리 등 작은 엑서서리를 판매하는 가게가 성업 중이었고, 이랜드그룹의 생활용품 사업부 출신(?)인 버터샵은 아니 언제 명동에 상륙을 한건가요. 아 물론 2017년 오픈 당시 두번째 최대규모였던 다이소 명동점(무려 12층)도 여전히 북적북적합니다.
앗 그 다이소는 길 건너편 남산쪽이니 다시 명동 한복판으로 발길을 돌리겠습니다. 명동거리를 가로질러 명동예술극장 인근 지하 1층 다이소가 나올때까지 죽 걷다보면 아 코로나19가 진짜 이젠 가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인파에 묻히게 됩니다.
그 지하다이소를 보면서 왼쪽으로 몸을 돌려 롯데백화점 쪽으로 가로지르다보면 엄청나게 맛난 향을 내뿜는 음식 가판 행렬을 지나쳐야하는데요.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불현듯 배가 심각하게 고프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치킨, 만두, 어묵, 새우튀김, 떡꼬치, 계란빵, 핫바, 꼬마김밥에 으잉 랍스터, 비프스테이크까지?! 길거리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라는 문장이 계속 도돌이표로 나올 정도의 만찬이 펼쳐집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침을 (겨우) 닦아내면서 굳은 의지로 일단 전진하다보면 유네스코회관의 생뚱맞은 모습을 만나시게 됩니다. 현재 긴급 외벽보수와 보강공사를 진행 중이라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요, 올해 7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살짝 기대가 됩니다.
그 건물을 왼쪽으로 끼고 들어서면 이 시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실상가 행렬이 펼쳐집니다. 골목 입구의 일부 점포들은 그나마 영업 중이지만 안쪽으로 갈수록 횡한 분위기에 어떤 건물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한 건물에는 작년 상가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빌딩관리단의 임시총회 공문이 붙어있었는데요. 눈길이 저절로 가버렸습니다.
1. 상가 매각에 전념한다.
2. 전체 수리 후 임대한다.(매각 불가)
3. 수리하지 않고 이 상태로 임대한다.(매각불가)
4. 상가폐쇄 후 매각에 힘쓴다.
제가 학생일때 이 건물에 들어선 프렌차이즈 부페 식당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코로나 전후로는 면세점과 마트로 운영됐던 듯 합니다. 5월 현재도 공실 폭탄 수준의 상황이 유지 중인 걸보니 작년 임시총회에서 소유주들의 의견이 잘 모아지지 못했으리라 짐작만 해봅니다.
코로나19를 직격타로 맞아 '공실폭탄'과 '텅텅빈거리' 사태를 맞았던 서울 중구 명동 메인 상권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활기를 되찾은 듯 보이지만 아직 한파가 몰아치는 상가와 건물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하더라구요. 최근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명동 상권 공실률이 외국인 관광 수요의 회복으로 1.8%까지 급감했다던데요. 제 눈에는 왜 임차인을 애타게 찾는 상가들이 계속 보였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명동의 경우에는 공실 감소는 물론 상가 회복의 질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언뜻보면 명동 메인도로에 넘치는 외국인들과 길거리음식 매대로 활기차보였습니다만, 예전처럼 외국인들이 큰손쇼핑을 할 수준까지 상권이 회복했을지는 여부는 판단이 잘 서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었거든요. 이 판단은 일단 물음표로 남겨두겠습니다.
ps. 대한민국 소상공인분들 힘내주십시오. 으ㅅㅅㅑ!!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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