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K로켓’ 이노스페이스, 몸값 추산서 발사 실패 가능성 제외했다
공모가 밴드 상단 4만5600원
상장 후 시가총액 약 4277억
FI 보호예수 최대 3개월 그쳐
K로켓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우주발사체 1호 상장사’ 도전을 본격화했다. 준궤도 발사체 시험발사에 성공한 국내 최초의 민간 기업으로, 최대 4300억원 몸값을 꺼내 들었다. 1년 전 프리IPO(상장 전 자금 조달) 당시의 몸값(2500억원) 대비 약 2배로 뛰었다.
이노스페이스는 2년 후 순이익 전망치를 기반으로 몸값을 산정했다. 우주경제 성장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상업 발사 실패라는 불확실성을 몸값 산정에서 아예 배제해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을 조짐이다.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부담이 큰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3일 금융위원회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4개월여 만인 지난 4월 승인을 획득했다.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총 130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6400원에서 4만5600원으로 책정했다. 오는 23일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 이르면 내달 중 상장을 예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은 4277억원이다.
이노스페이스는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첨병으로 꼽힌다. 한국항공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박사를 받은 김수종 대표가 2017년 설립, 현재 위성 발사체 제작은 물론 발사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유일의 하이브리드 로켓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소형발사체인 한빛-TLV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국내 민간 최초의 시험발사 성공 사례로 꼽힌다. 내년 한빛 상업 발사를 진행한 후 전 세계 고객의 위성을 우주로 수송하는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이번 상장 도전은 내년 상업 발사를 앞두고 진행하는 자금 조달 성격이 짙다. 이노스페이스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기술력을 앞세워 꾸준히 투자를 유치했지만, 상업화 발사 전 단계로 아직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매출 역시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다.
그동안 이노스페이스로는 벤처금융의 투자가 이어졌다. 통신이나 지구관측에 주로 사용되는 소형위성 시장이 기후위기에 따른 재해 모니터링 수요 증대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이노스페이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투자조합만 3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우주산업 컨설팅 회사인 유로컨설트(Euroconsult)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1만8460기 소형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관측했다. 과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간 발사된 소형위성 수량이 4663기였던 것과 비교해 4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상업화 실패 위험이 크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시험발사는 지구궤도 중 고도가 가장 낮은 저궤도에도 못 미치는 준궤도에서 이뤄진다. 본격적인 상업화를 의미하는 본궤도 발사는 위성탑재는 물론 1단과 2단을 분리하는 단 분리 기술이 추가로 요구돼 실패 가능성이 높다.
이노스페이스는 2022년 시험발사에서도 한차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만약 본궤도 진입 상업 발사에 실패할 경우 최소 3개월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노스페이스가 계획 중인 2025년과 2026년 실적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노스페이스 측은 “(2025년과 2026년) 목표발사 횟수 및 매출 추정은 실패 확률 및 발사횟수, 발사패드 확보도 고려한 수치”라면서 “브라질과 호주에서 발사장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로 국내는 물론 노르웨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도 발사장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노스페이스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기반으로 몸값을 산정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2026년 추정 순이익(214억원)에 연 할인율 20%를 적용한 후 비교기업 3곳의 평균 PER 44.69배를 곱해 할인 전 평가 시총으로 5809억원을 제시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노스페이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시험 발사와 기술성 평가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지만, 실적 추정치가 낙관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할인율(25.2~40.3%)마저 기술특례상장기업의 공모가 할인율 평균(27.52~40.64%)보다 낮다”고 말했다.
오버행 부담이 큰 것도 흥행 걸림돌로 꼽힌다. 이노스페이스에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들이 이번 상장을 앞두고 대거 투자금 회수를 예정해서다.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는 상장 후 보호예수로 최대 3개월만을 확약했고, 보호예수를 걸지 않은 FI 지분도 상당수로 파악됐다.
이노스페이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장일 유통 물량은 약 278만주로 전체 상장 주식 수의 30%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1개월 이후엔 전체의 55%가 유통 가능 물량으로 전환한다. 또 상장 후 3개월부터는 전체 주식의 68%가 유통 가능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 FI가 이노스페이스의 상업 발사 성공 여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형위성 발사를 중심으로 한 우주항공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큰 성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노스페이스의 이번 공모를 통해 약 484억~606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공모 자금을 다중 발사 운용을 위한 양산 기반 확충과 발사체 경량화 및 재사용성을 위한 연구개발 강화, 해외시장 판로 확보, 우수인력 유치 자금 등에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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