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러시아는 중국의 속국”…푸틴 방중의 속내

정미하 기자 2024. 5. 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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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16~17일 23번째 방중 나서
시 주석과 회담은 43번째
러시아, 우크라 침공 후
대중 무역 의존도 높아져
“중국에 유리한 비대칭적 관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푸틴이 지난 7일, 집권 5기를 시작한 이래 첫 해외 순방이자 지난해 10월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다. 푸틴의 방중은 23번째이고, 시 주석과의 회담은 43번째다.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 간의 무역 관계가 강화된 결과물이자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양측의 관계는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지만, 중국에 유리하게 점점 비대칭적으로 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제 중국에 대한 속국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022년 9월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면서 손짓을 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푸틴과 시 주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공동 전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정상의 관계가 동등하지는 않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에 전자제품부터 세탁기, 트랙터까지 거의 모든 것을 공급하며 생명선을 제공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 전체 무역의 약 33% 차지한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 무역의 4%에 불과하다. 실제로 푸틴은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양국 간 무역 규모는 1조6000억 위안으로, 지난 5년 동안 두 배로 늘었고, 러시아는 중국의 넷째 무역 상대국”이라며 “러시아와 중국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두 나라의 무역·경제 관계는 외부 도전과 위험에 면역력을 갖췄다”고 했다. 일례로 지난해 말 러시아에서 새로 판매된 자동차의 약 60%는 중국산이었다. 이는 2022년보다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액은 2400억 달러로 전년보다 26%,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보다 63% 늘었다. 그러나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규모는 약 8000억 달러, 미국과의 교역 규모는 약 66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급증하는 무역에 대처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 관세청은 지난 2년 동안 100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중국 국경 지역에 배치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러시아 담당 경제학자 야니스 클루게는 “중국은 러시아가 제재로 인해 부족한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없다면 러시아 경제는 거의 즉각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모스크바에 대해 높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러시아는 수출 거래 대금 중 위안화 비중을 늘렸다. 수출 거래 대금에서 위안화 비율은 2022년 0.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4.5%로 급증하면서 미국 달러를 앞질렀다. 러시아 기업들은 점점 더 위안화를 차입하고 있으며 가계는 위안화로 저축한다.

중국은 러시아의 무기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광학, 마이크로 전자공학, 드론 엔진 등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중국으로 수출한 무기는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러시아는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거부하자 중국에 이들 자원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야 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WSJ에 “중국은 더 강력한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는 파트너이며 전쟁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했다. 이를 보여주듯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고위 관료와 기업 지도자들이 중국을 찾은 빈도가 반대의 경우보다 더 많다. WSJ는 “양국의 소통 대부분은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급성장하는 중·러의 경제적 유대는 무역을 통해 세계 지정학을 재편하려는 중국의 열망을 보여주는 신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16일부터 1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 신화 연합뉴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전 세계 120개국의 가장 큰 무역 동반자다. 중국은 무역을 통해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에 적대적인 국가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의 경제적 지원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 커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 관리들은 자국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WSJ에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불평등에 대한 주장은 틀렸다고 했다.

◇ 핵무기 보유국 중·러 밀착에 미국 등 경고

중국와 러시아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보유국인 양국의 유대는 서방 세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석유 및 천연가스 무역 급증은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고, 양국의 군사 협력 강화로 아시아 전역은 물론 서방은 지정학적 위험 대처를 위해 재정을 투입 중이다. 서방 일각에선 중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를 지탱해 주면서, 러시아가 소모전이 돼버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한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시 주석을 만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유럽 지도자들은 러시아 방위 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4월 “러시아의 방위 산업에 가장 큰 기여자는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민간 및 군사 목적을 갖춘 이중 용도 물품 무역을 취급하는 중국은행에 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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