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데뷔전 몬스터의 탄생, 대단했다”[KBO 빅5가, 19살 나에게]
‘어른’이 되기 전의 마지막, 열아홉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만 열아홉살은 학교 야구의 울타리를 넘어 프로 무대에 입단, 사회에 발을 내딛는 출발선이다.
스포츠경향은 창간 19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선수들의 19살 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졸 입단 출신 선수 중 KBO리그를 맨앞에서 끌어가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최형우(KIA), 류현진(한화), 양현종(KIA), 김광현(SSG), 양의지(두산)에게 물었다. 지명 당시의 기억, 입단 첫해의 추억, 만 19살 그때는 몰랐던 야구인생의 가장 큰 고비, 그리고 19살의 나에게 지금 해주고 싶은 말을 통해 프로야구와 그들의 추억을 함께 나눠본다.
류현진(37·한화)은 2006년 한화의 1차 지명 신인이었다. 지명부터 화제였다. 인천 동산고의 에이스 류현진은 인천 지역 연고권인 SK(현 SSG)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류현진이 고교 시절 이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불안요소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SK는 인천고 포수 이재원(현 한화)을 영입했다.
2차 드래프트로 나온 류현진은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가 광주일고 사이드암 나승현을 지명하면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꿔놓은, 지금도 회자되는 이 드래프트 당시에 대해,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쿨한 류현진은 “뭐 그냥,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냥 빨리 1군에 나가서 던져야겠다,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드래프트의 승자는 한화였다. 류현진은 데뷔하자마자 KBO리그를 점령했다. 데뷔전이었던 4월12일 LG전에서 7.1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의 천지개벽할 투구를 펼치며 바로 승리했다. 충격적인 등장 이후 류현진은 쭉쭉 달렸다. 30경기에 나가 1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6차례 완투를 펼치며 18승(6패)을 거뒀다. 30경기 중 2경기는 구원 등판이었다. 1세이브도 기록했다. 그해 류현진은 다승 1위, 평균자책 1위(2.23), 탈삼진 1위(204개)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신인왕은 당연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독식한 KBO리그 역사의 유일한 선수다.
류현진은 열아홉살, 첫 시즌을 떠올리면서 “데뷔전이 가장 기억난다. 그냥 ‘몬스터의 탄생’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후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류현진은 5차례 탈삼진왕을 독차지하며 리그를 평정한 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토론토에서 뛴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선발 투수로 이름을 떨친 류현진은 야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를 바로 다저스 시절, 2015년이라고 했다. 그해 5월 왼쪽 어깨 관절 와순 봉합 수술을 받고 류현진은 1년을 통째로 쉬었다.
류현진은 “야구하면서 고비가 그렇게 많이는 없었던 것 같다. 열아홉살 때부터 멈춘 적이 없이 순탄하게 흘러갔는데 미국 진출 이후까지 생각해보면 2015년 어깨 수술했을 때, 그때 잠깐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재활 잘 해서 빨리 다시 복귀해야겠다, 그거 하나만 생각하면서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재활을 잘 극복한 류현진은 2016년에도 팔꿈치 괴사조직 제거 수술을 받게 되면서 2017년 재기했다. 2019년엔 14승을 거뒀고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78승 48패 평균자책 3.27을 기록했다. 올해 돌아와서는 KBO리그 통산 100승을 채웠다.
등장하자마자 ‘괴물’이라 불렸고,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될 조짐을 이미 충분히 드러냈던 2006년을 지금 생각하니, 30대 후반의 베테랑이 된 류현진은 열아홉의 자신이 새삼 대견하고 놀라운 듯했다. 류현진은 열아홉살의 자신에게 “멋있었다. 정말 대단했다. 그거밖에는 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고 특급 칭찬을 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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