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정부 '의료개혁' 광고에 두 달간 세금 61억 썼다
신문·방송·영화관에 엘리베이터 광고까지… 광고비 더 늘 전망
"긴축재정 얘기했는데, 부적절" "합리적 논의 봉쇄될 수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두 달 동안 집행한 의료개혁 정부광고가 61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개혁 정부광고보다 긴 기간 동안 집행된 후쿠시마 오염수·잼버리·전세사기 정부광고보다 액수가 많다. 의료계를 압박하는 내용의 광고도 나왔다. 의료계와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광고가 이어질 시 합리적인 논의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청구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의 의료개혁 정부광고내역을 종합한 결과 두 기관이 2월13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집행한 광고비는 61억7152만 원에 달했다. 집계 이후에도 의료개혁 광고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체별로 분류하면 신문·잡지광고가 가장 많았다. 문체부·복지부가 지출한 인쇄매체 광고비는 19억7636만 원이다. 2월부터 4월 초까지 6차례 대규모 광고 집행이 이뤄졌으며, 1차례당 약 3억 원이 쓰였다. 방송광고비는 14억8206만 원이다. 정부는 KBS '생생정보', 채널A '행복한 아침',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 협찬 비용으로 7150만 원을 사용했으며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종교방송·IPTV 등에 의료개혁 광고가 나갔다.
옥외광고비는 14억7400만 원이다. 영화관에서도 의료개혁 관련 광고가 나갔다. CGV(3월7일~31일)·메가박스(3월8일~31일)·롯데시네마(3월8일~31일)에 의료개혁 광고가 나갔으며, 광고비는 각각 9090만 원이다. 이밖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안내판, 열차, 쇼핑시설, 버스에도 의료개혁 광고가 나갔다. 인터넷 광고비는 12억3909만 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월13일부터 4월5일까지 유튜브 광고로 3억8181만 원을 사용했으며, 3월8일부터 3월31일까지 구글광고 비용으로 9090만 원을 사용했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정부가 의료개혁 광고에 과도한 광고비를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일었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광고의 경우 문체부와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하반기 집행한 정부광고는 약 30억 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임오경·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문체부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광고로 18억8320만 원을 썼으며, 해수부는 지난해 하반기 11억3688만 원을 썼다. 부산광역시·제주도·충청남도 등 7개 기관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개별적으로 집행한 106건의 정부광고비(6억415만 원)를 합쳐도 총 36억2423만 원이다.
새만금 잼버리 관련 정부광고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0개월 동안 51억5452만 원이 집행됐다. 문체부가 잼버리 행사 당일 KBS에 협찬한 'K-POP 슈퍼라이브' 비용(28억9478만 원)을 제외한 순수 광고비는 22억5974만 원이다. 이밖에 문체부·경기도청·서울 강서구청 등 13개 정부부처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7개월 동안 집행한 전세사기·깡통전세 관련 정부광고는 10억550만 원이었다.
주목할 지점은 4·10 총선을 앞두고 의료개혁 정부광고가 대규모로 집행됐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개혁은 총선의 주요 현안이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3월29일 1면 <“2찍” “개같이” 이런 거친 말만큼 무섭다, 총선 막판 변수 넷> 보도에서 의대증원 문제를 총선 막판 변수로 꼽았다. 중앙일보는 “여권에 유리한 이슈로 분류되던 의대 정원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적 피로감과 함께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개혁 정부광고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최근 정부는 신문광고에 “간절한 기다림 85일째. 오늘도 의사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이제는 돌아와 주세요”(5월14일 광고),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의사 여러분, 돌아오십시오”(4월8일 광고) 등 의료계를 압박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의료개혁은 공론화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인데, 광고는 일방적인 메시지다. 액수도 과도하다”며 “의대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선 사회적인 공감대가 높지만, 이런 식으로 광고를 쏟아부으면 합리적인 논의가 봉쇄될 수 있다”고 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왜 의료개혁이 필요한지, 한국 의료계에 뭐가 필요한지 등의 메시지가 아니라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는 광고”라고 지적했다.
김재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긴축재정을 이야기하는 정부가 광고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홍보예산을 예비비에서 편성했는데, 과다한 액수도 문제이지만 정책홍보를 예비비에서 사용했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22대 국회가 열리면 의료개혁 광고와 관련해 예비비편성과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명백히 밝혀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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