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솟구칠 것 같은 분노 감정, 혈관 장애 부른다

곽노필 기자 2024. 5.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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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때 혈관에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실제로 분노의 감정은 혈관의 이완을 막아 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분노와 슬픔, 불안이라는 세 가지 부정적 감정이 혈관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미국심장협회저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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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혈관 이완 막아 피 흐름 방해
8분 실험에 40분간 장애 지속
분노의 감정은 혈관의 이완을 막아 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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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혈관의 수축-이완을 통해 온몸을 돌아다니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그런데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우리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곧잘 쓴다. 실제로 피가 거꾸로 솟으면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지겠지만, 화가 날 때 혈류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느낌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화가 날 때 혈관에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실제로 분노의 감정은 혈관의 이완을 막아 피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연구진은 분노와 슬픔, 불안이라는 세 가지 부정적 감정이 혈관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미국심장협회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뉴욕시에 거주하는 18~73살(평균 26살)의 건강한 성인 280명을 모집했다. 이어 이들에게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앉아서 30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하면서 이들의 혈압과 심박수, 혈류량을 측정하고 혈액을 채취했다.

그런 다음 이들을 4개 그룹(분노, 불안, 슬픔과 무감정)으로 나눠 8분 동안 각각에 해당하는 감정을 유도했다. 분노와 불안 그룹엔 각각 자신을 화나게 하거나 불안하게 했던 기억을 떠올리도록 했다. 슬픔 그룹엔 우울한 감정을 유발하는 글을 읽도록 했다. 대조군인 무감정 그룹엔 평온한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0부터 100까지 숫자를 세도록 했다. 연구진은 실험이 끝나고 3분, 40분, 70분, 100분 후 이들의 혈압과 심박수, 혈관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분노 그룹의 혈관에서 뚜렷한 변화를 발견했다. 실험 직후부터 40분 뒤까지 혈관이 이완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혈관의 이완 능력이 손상되면 죽상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으로 이어진다. 또 채취한 혈액을 분석한 결과, 분노의 감정은 세포 손상 지표와 세포 재생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안과 슬픔 감정 그룹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시도때도 없이 화를 내면 혈관이 만성적인 손상을 입고, 이는 혈관 건강을 해쳐 결국 심장질환 위험을 높인다. 픽사베이

통제력 잃은 분노는 악순환을 부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분노의 감정이 생기면 혈관 기능 장애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를 이끈 다이치 심보 교수는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의 활성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의 변화 등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으며 혈관 내벽도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장협회 편집위원회를 맡고 있는 휴스턴 베일러의대의 글렌 레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신 건강이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분노나 스트레스 같은 극단의 감정이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물론 화를 내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가끔씩 짧게 화를 내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의 일부분이다. 문제는 자주 반복해서 화를 내는 것이다. 심보 교수는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는 사람은 혈관이 만성적인 손상을 입고 있는 것”이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건강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해쳐 결국 심장질환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슈미트심장연구소의 조 에빙어 교수는 시엔엔에 “어떤 메커니즘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치료의 첫 번째 단계”라며 “분노를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분노를 조절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61/JAHA.123.032698

Translational Research of the Acute Effects of Negative Emotions on Vascular Endothelial Health: Findings From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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