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촬영지 누벨칼레도니의 비극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프랑스 정부의 선거제 개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프랑스 정부는 현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누벨칼레도니에서 3박 4일간 이어진 소요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전날 이 지역 국제공항과 항구에 군을 투입하고, 선동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주동자로 의심되는 5명을 가택 연금하고, 이밖에 폭동에 가담한 200여명을 체포했다. 또 질서 회복을 위해 경찰과 헌병 등 법 집행관을 약 1800명을 동원했고, 500명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누벨칼레도니에서는 지난 13일 밤부터 프랑스의 선거권 조항 개정과 관련해 유혈 소요 사태가 이어지면서 전날까지 헌병 1명과 원주민 카나크족 3명 등 4명이 숨졌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 14일 엑스(옛 트위터)에 “누벨칼레도니에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던 기동 헌병이 사망했다. 그 무엇도 절대로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공공질서는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선포한 비상사태는 이날 오전 5시 발효됐다. 이에 따라 최소 12일간 집회와 이동, 주류 판매 등이 제한되고 가택 연금, 수색에 대한 당국 권한이 확대된다. 아탈 총리는 내무부에 설치된 위기대책본부를 이끌고 이행을 점검한다. 프랑스가 본토 밖 프랑스령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유권자를 확대할 목적으로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방향으로 관련 조항 개정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원주민 카나크족은 이 정책이 원주민 입지를 좁히고 친프랑스 정치인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카나크족은 누벨칼레도니 인구의 약 41%를 차지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13일부터 누벨칼레도니 곳곳에서 투표권 확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혼란이 벌어진 사이 프랑스 기업와 관련된 상점을 중심으로 한 약탈과 공공건물에 대한 훼손이 잇따랐다. AFP는 수도 누메아와 파이타에서 민간 방위 그룹과 시위자 간 총격 보고가 여러 건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태가 격화하자 전날 노르망디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긴급 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혈사태가 확산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1853년 누벨칼레도니를 점령하고 죄수 유배지로 사용했다. 1988년 마티뇽 협정과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누벨칼레도니에 상당 부분 자치권을 이양했다. 현지에서는 2018년과 2020년, 2022년 3차례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독립 반대표가 더 많았지만, 이번 시위를 주도한 카나크족은 분리·독립을 지지한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국내에 알려진 누벨칼레도니는 세계 3위 니켈 생산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이 분야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5명 중 1명꼴로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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