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사업장 '반값'에 나오면? '독'이냐 '돈'이냐

이경남 2024. 5. 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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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부실화된 사업장에 돈 대는 꼴" 볼멘소리
공시지가·반값으로? 투자 적기, 경기 회복 가능성 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자 금융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금융사들의 자본을 투입해 '일단 살리고 보자' 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상생금융 등에 이은 또 한번의 금융회사 팔 비틀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다면 오히려 파격적인 조건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상반된 관측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최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장 재평가 기준,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사의 자금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방안을 발표했다. 

위험분담 한다지만 결국 '주요 금융사' 기대기

이번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 중 핵심은 5대 은행을 비롯한 10개 금융사가 1조원 가량을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부동산PF 사업장에 돈을 대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필요 시 이를 5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디케이트론 방식은 참여하는 금융사가 돈을 모아 필요한 곳에 돈을 공동으로 빌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나눠가져야 하지만 반대로 리스크가 발생하면 리스크도 나눠서 지는 방식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결국 돈을 잘 벌고 있는 금융회사에 기댄 부동산PF 구조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날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역시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은행과 보험사는 최근 많은 수익이 나 여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결국 여력이 있는 금융회사가 부동산PF 구조조정을 위해 돈을 대라는 의미"라며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장의 가치를 재평가하기는 하겠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 자금을 대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장들이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데 연중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에 투입되는 것은 단기 유동성 공급 차원이 강한데 리스크도 큰 상황이라 참여 금융사에게 썩 좋은 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 될 수 도

반대로 금융권에서는 이번이 투자 '적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PF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 사업장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오히려 싼 값에 투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회사 PF 한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PF시장에 투입된 자금 중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이 고점을 찍었을 당시에 투자된 것"이라며 "게다가 금융당국이 경·공매에 나오는 사업장의 경우 평가 기준을 공시지가로 처리하겠다고 한 만큼 일부 사업장의 경우 현재 시세보다 약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풀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봤다. 

게다가 당장의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시계로 접근하면 서서히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민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는 일종의 흐름(싸이클)을 보이는데, 앞으로는 회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역시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점 역시 이들이 투자의 적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이유다. 

다른 금융회사 PF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장의 가치평가가 현재 시점과 당장 내년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라며 "당장 부동산PF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고금리가 연내에는 끝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동산PF에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자 메리츠증권은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부동산 PF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했고 이제는 부동산금융의 명가로 자리잡았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청산대상이지만 향후 충분히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장에 대한 금융사들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위기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큰 수익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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