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시대의 흐름과 기독교 문화

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2024. 5.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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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란 말은 '경작'과 '재배'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시대가 문화를 창조한다지만,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변질된 문화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식'은 사라지고 축제만 남은 기독교 행사는 더 이상 기독교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독교 모임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신앙적 가치가 함의된 의식을 우선할 때, 그것은 비로소 기독교 문화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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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문화(culture)란 말은 '경작'과 '재배'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문화를 인간의 경작 행위로 규정한 것은 자연 자체는 문화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사회의 산물인 문화는 시대의 흐름을 대표하는 대명사로 기능한다. 시대마다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 문화가 생명을 다하면 역사가 되어 사라진다.

종교 사회학자들은 기독교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간주하고 연구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독교는 참 좋은 문화를 형성했지만, 그 문화의 일부가 빛바랜 사진처럼 점점 퇴색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지 모른다. 혹자는 나를 사고의 폭이 좁은 구세대 사람으로 치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가 문화를 창조한다지만,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변질된 문화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

결혼 문화에 관해 생각해 보자. 얼마 전에 기독교 결혼 예식에 참석하여 엄청 놀랐다. 서구 기독교 혼인 문화는 꼭 성직자의 주례로 결혼 예식을 진행한다. 결혼이 원만하게 성사됐음을 증명하는 성혼선언문에 성직자의 사인이 있어야만 혼인 신고가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 결혼 예식은 성혼 선언문을 비롯한 기독교 의식이 거의 사라지고 단 20분 만에 예식이 끝난다. 그 후 대부분의 시간은 축하 순서와 사진 촬영에 할애된다. 거룩해야 할 결혼식이 '의식'이 아니라 '행사'로 전락해 버렸다. 신랑과 신부도 그 짧은 시간을 성스러운 의식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유희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결혼 예식의 핵심인 '의식'은 자취를 감추고 경제적 이익과 젊은이들의 축제 분위기만 남는다.

예식 문화의 변화는 기독교가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결혼 예식은 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는 서약을 위한 '의식'(儀式)이다. 우리 문화는 결혼 예식을 '예식' 또는 '의식'으로 부른다. 서구에서도 '의식'(ceremony)이란 용어를 사용해 결혼이 '의식'임을 말한다. 이는 동서양 모두 결혼을 의식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하지만 '의식'이란 말을 단순히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어떤 의식이든지 그 의식에는 종교적 의미가 함의됐기 때문이다. '의식'은 신앙, 신조, 종교에 따라 그 형식이 변화고 발전하여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 만약 어떤 모임이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그것은 의식이 아니라 '행사'이다.

결혼 예식이 올바른 기독교 문화로 정착되려면 분명한 신앙 의식이 포함돼야 한다. 모든 기독교 문화의 근간은 의식과 축제로 구성된다. '의식'은 그 행사가 하나님께는 영광을 올려드리고 인간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과 영적 성숙이 함의돼야 한다. 잘 준비된 '의식'이야말로 하나님을 향한 참된 신앙고백이다. 물론 기독교 행사에서 축제도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하객은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하며 잔치를 만끽한다. 혼주와 하객이 어울려 즐거운 축제를 즐긴다. 분명한 것은 성서는 행사에 '의식'과 '축제'가 포함됐다고 본다. 물론 기독교 행사에서 '의식'과 '축제'의 비율을 퍼센티지로 나눈다는 것은 온당한 처서가 아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식'은 사라지고 축제만 남은 기독교 행사는 더 이상 기독교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행사가 진정한 기독교 문화로 인정받으려면 그 행위의 중심에는 '의식'이 자리해야 한다. 기독교인에게 하나님 없이 진행된 의식은 행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모임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신앙적 가치가 함의된 의식을 우선할 때, 그것은 비로소 기독교 문화로 탈바꿈한다. 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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