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쉬운 답과 어려운 정답에 관하여

강재규 법률사무소 진언 대표변호사

'우회전 일시정지'에 대해서 2024. 5월-6월까지 본격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차량 운전자는 2023. 1. 22일부터 우회전하기 전에 일시정지 해야 했다. 이는 차량이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할 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를 충격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으로, 위반시 승용차의 경우 6만 원의 범칙금을 내게 되고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이러한 법 개정은 효과가 있었을까? 안타깝지만 보행자에 대한 사고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 4월-2023. 2월까지 3810건, 2023. 5월-24. 2월까지 3822건). 그 이유를 법을 알면서도 잘 지키기 않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면 특별단속을 시행하는 것에 의미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신호를 위반하면 처벌받고, 과속을 하면 처벌받고, 우회전을 하면서 일단 정지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됐다. 이러한 처벌 중 일부는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고 있지만, 어떤 것들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낙태죄를 처벌할 때에도 낙태는 이루어졌고, 간통죄를 처벌할 때에도 간통이 이루어졌다.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자유형의 상한을 15년에서 30년으로 상향조정했고, 처벌의 강도를 높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발생건수는 늘어나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2만 2476건, 2022년 2만 4954건, 2023년 2만 5337건).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행동에 수반되는 처벌이 없기 때문도 아니고, 그 처벌이 약했기 때문도 아닐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에서는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리는 사람들에게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정해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구석진 곳에 숨어서 담배꽁초를 던진다.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 흡연구역을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만들어 두고 눈앞에 쓰레기통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굳이 길가에 담배꽁초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회전 일시정지에 대해서 본격 단속을 하겠다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집중 계도 기간의 확대 시행', '횡단보도를 교차로 지점에서 3m 이상 떨어뜨려 설치하겠다는 계획', '비용이 들더라도, 현재 전국 229개소에 설치돼 있는 우회전 신호등을 우회전 사고 빈발장소 중심으로 400개소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법을 아는 사람은 법을 지킬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처벌의 목표는 이미 보행자가 다친 이후에 범인을 엄벌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데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무를 부과한 후에 그것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쉬운 방법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누군가를 사전에 보호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처벌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좌절되는 몇 가지 예를 살펴봤다. 처벌이 수반되면 사람들은 규칙을 지킬 것이고, 규칙을 지키는 사회는 질서 있고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문제 상황에 대해 진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해야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사회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을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답은 여러 가지 답 중에 하나일 수는 있으나, 정답일 수는 없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진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