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짐이었다"…바닥에 3개월 딸을 '툭', 피 흘려도 한번 더 '툭'[뉴스속오늘]

민수정 기자 2024. 5. 1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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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한 건 맞지만 죽이진 않았습니다"

3개월 된 유아를 고의로 떨어뜨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모가 지난 2016년 5월16일 오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해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상습 아동학대는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죽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사건은 약 2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3월9일 오전 5시50분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가정집.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아이 아버지 A씨(23)는 안방 아기 침대에서 딸을 꺼낸 뒤 고의로 1m 바닥에 떨어뜨렸다. 입에서 피를 흘린 딸을 데리고 작은 방으로 데려가 비슷한 높이에서 한 번 더 추락시켰다. 생활고로 인해 아이가 짐으로 느껴졌고 육아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식이 미웠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딸의 배를 깨무는 등 폭행하고 젖병을 입에 억지로 물려놓은 상태에서 얼굴 주변을 담요로 감싸 잠을 재웠다. 그리고선 오전 10시30분쯤 잠에서 깨고 나서야 아이가 숨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3개월 된 유아를 고의적으로 떨어뜨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모가 지난 2016년 5월16일 오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해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상습 아동학대는 인정하지면서도 아이를 죽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사진=뉴시스


아이는 부모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어머니 B씨(23) 또한 상습적인 남편의 아동 학대에도 아이를 병원에 제때 데려가지 않았다.

아이 사망 이전에도 남편 A씨는 딸의 신체를 꼬집고 때렸으며 아이가 목욕할 때 팔을 제대로 펴지 않자 세게 잡아당겨 탈골 시켰다. 멍으로 가득한 딸의 몸을 보고도 B씨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아이가 사망하자 부부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입을 맞췄다. 해외 도피와 시신 유기 방법까지 고민하다 아이가 잠을 자다 침대에서 떨어져 사고사한 것으로 뒤집어씌우려 했다. 피가 묻은 딸의 배냇저고리를 세탁기에 돌려 증거인멸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B씨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딸에게 애정이 없었고 육아에 관심이 없었다"며 남편이 아동학대를 상습적으로 해 온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항소심에도 각각 징역 10년·4년…"결과 너무 참혹"
결과적으로 A씨는 원심 형량보다 2년 추가된 징역 10년을, B씨는 1년이 더 추가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도 2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형량을 늘린 이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부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양형기준을 이탈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시 재판 현장.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부부는 재판 내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 A씨는 자신의 살해 혐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A씨 측 변호사는 "(A씨가) 아이를 작은 방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며 "우유를 먹이다 딸이 울어 바닥에 눕혔고 이후 안방으로 가 잠을 자서 딸이 사망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동 학대를 방임했던 부인 B씨는 자신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아이 사망 5개월 만에 부부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징역 8년, 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부부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1세에 만나 4개월 만에 양가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등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딸을 임신한 뒤 동거했다"며 "한 생명을 양육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책임감, 절제심, 부부 사이 신뢰, 애정을 갖추지 못한 채 어린 부모가 소중한 생명의 빛을 꺼트린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부지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이라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참혹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결심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20년과 7년을 구형된 것과 비교했을 때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 약 4개월 뒤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선고가 진행됐다.

이 재판에서 A씨는 원심 형량보다 2년 추가된 징역 10년, B씨는 1년이 더 추가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도 20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형량을 늘린 이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부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양형기준을 이탈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2022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50명'…가해자 대부분 '부모'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한 경우 112로 신고하면 된다. 전화나 문자로 경찰에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 정보 그리고 학대 내용 등을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면 좋다. 필요시 신고자는 경찰서장에게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다./사진=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 신고는 꾸준하다.

보건복지부 연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아동학대 판정사례는 느는 추세다. 2011년 6058건이었던 판정 사례는 10년 뒤 3만7605건으로 훌쩍 뛰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와 재학대 사례도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엔 아동학대가 약 2만8000건 발생했고 같은 해 사망한 피해 아동은 50명에 달했다. 지난 2018년(28명) 대비 78.6% 증가한 수준이다. 숨진 아이들의 나이대는 대부분 스스로 방어를 할 수 없는 2세 미만 아동(28명)으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가해 행위자는 80% 이상이 부모였고 학대는 대부분 자택에서 일어났다.

최근에도 법원은 아동학대 살인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 여성은 낙태약을 먹고 30주에 미숙아를 출산, 9시간 동안 아이를 두고 노래방에 가는 등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달 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친부도 원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00일이 된 딸에게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을 섞은 분유를 먹였다. 아이가 위중했지만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한 경우 112로 신고하면 된다. 전화나 문자로 경찰에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 정보 그리고 학대 내용 등을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면 좋다. 필요시 신고자는 경찰서장에게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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