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네타냐후 전범들에 맞선 "시민들의 손가락질"은 힘이 세다

전홍기혜 기자 2024. 5. 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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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저자 오애리·구정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멤버 제이홉의 생일 축하 광고를 걸고 생일 잔치를 했다. 불과 일주일 뒤 제이홉 사진 앞엔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전쟁 피난민들이 모여 들었다. 우크라이나 아미(BTS 팬)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된 이 사진은 전쟁이 어떻게 일상을 파괴할 수 있는지 실감나게 보여줬다.

튀르키예의 한 휴양지 바닷가에서 발견된 세살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 가족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려다 물에 빠져 숨진 이 아이의 사진은 시리아 내전의 참혹함을 세상에 알렸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 사진이 세계를 바꾸지 못한다면 무엇이 바꿀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오랫동안 일간지 국제부 기자로 세계 곳곳의 분쟁에 대해 썼던 오애리, 구정은 작가의 책 제목이다. 이 책은 21세기에 벌어졌거나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을 다루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아랍의 봄과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이라크 전쟁 등 전쟁이 일어난 역사적 배경, 전개 과정, 핵심 이슈 등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들과 함께 지난 10일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쟁들과 이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성인들을 위한 심화 버전 격인 <전쟁과 학살을 넘어>(인물과 사상사)를 펴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 사진이 걸린 지하철역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 공습을 피하고 있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푸틴의 '핵 위협',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프레시안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2년이 넘어섰습니다. 우려했던 것처럼 장기전의 늪으로 빠져들어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국제사회의 관심이나 도움도 줄어들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는데, 평화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오애리 : 이 책을 준비하면서 이 책이 나올 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전쟁이 끝날 기미를 안 보이고 있고, 현재 어떤 협상의 기미도 없습니다. 수그러드는 국제적 관심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프레시안 : 러시아는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뒤로 푸틴은 고비가 생길 때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박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는 핵전쟁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핵전쟁을 막을 안전판은 부실해보입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오애리 : 과연 러시아가 핵을 쓰게 될 것인가는 저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지금 어떤 것도 정확하게 단정해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가 '신전략무기 감축협정' 등 예전에 체결했던 핵무기 관련 국제협약에서 잇따라 탈퇴한다고 해서 안전판은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 역시 국제사회가 러시아나 미국에 대해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안 가도록 압력을 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구정은 : 핵무기는 쓰기 전까지가 위협인 거잖아요. 쓰고 난 다음에는 위협으로서 기능이 전혀 없어집니다. 저도 푸틴이 결국에는 핵무기를 쓰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이 명백히 국제법상 모든 조항들을 어기고 남의 나라를 침공하고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자극을 해서 유도를 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이건 푸틴의 전쟁 범죄입니다.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없었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이나 유엔이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선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일부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이게 고착화되는 상태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땅을 빼앗기고 주권의 상당 부분을 훼손당하겠죠. 저도 처음엔 당연히 러시아의 잘못이기 때문에 이렇게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덜 죽고, 덜 고통 받게 만드느냐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에게 더 저항하지 말고 이 선에서 끝내라고 할 수는 없겠죠.

프레시안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오애리 : 젤렌스키가 올해 있었던 대선까지 연기하면서 전시 내각을 이끌고 있는데, 정권 내부 균열도 있고 지금 좀 위험한 국면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코미디언 출신이고 정치 경력이 일천한 젤렌스키가 푸틴이란 노련한 정치인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해서 우크라이나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나라 국민들의 민의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2년간 젤렌스키가 보여준 리더십과 이를 따르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힘을 모아 러시아에 맞서 싸웠다는 것은 분명히 평가해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사망자만 1만4천명 넘어..."아이들을 향한 전쟁" 하는 이스라엘

프레시안 :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8개월을 넘어섰습니다. 하마스는 휴전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말조차 듣지 않으면서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극우성향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부 정치 때문에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구정은 : 이스라엘의 우경화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해서 진행이 되어 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제어할 수 없는 국면으로 가는 것 같아요. 네타냐후가 어떤 인물이어서라고 보기엔 이스라엘 정치권 전체에 퍼져 있는 시각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이스라엘 극우파 단체 사람의 인터뷰를 봤는데, 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내세운 레벤스라움(Lebensraum, 생활권)이란 주장과 똑같은 주장을 하더라구요. 이스라엘은 나치와 비교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그러면 그런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죠.

팔레스타인 상황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보호기구 관련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말이 '이번 전쟁은 아이들을 향한 전쟁'이라고 했어요. 전쟁 6개월 시점에서 어린이 사망자만 1만4000명이라고 하는데, 세계 어떤 분쟁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5월 13일 누적 사망자 3만5091명 중 60%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이며, 누적 부상자는 7만8827명이라고 밝혔다. 편집자)

▲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저자 구정은(왼쪽), 오애리(오른쪽). ⓒ프레시안(김봉규)

미국 베트남전 이래 최대 반전 시위, 친이스라엘 정책에 균열낼 수 있을까

프레시안 : 미국 전역에서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이 일어나고 있고, 2000명에 가까운 대학생들이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런 반전 여론이 미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구정은 : 미국에서 베트남전 이래 최대 규모의 대학 시위라고 하는데요, 이게 미국 내 인식 변화도 있지만 이스라엘 전쟁 범죄가 너무 심해서이기도 합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핍박을 해왔지만 6개월에 3만 명을 죽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미국 내에서, 특히 엘리트층에서 ‘반유대주의’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 시위 초기엔 대학 총장들이 이걸 막아야 한다고 압박을 하고 실제 (하버드대, 코넬대 등) 대학 총장들이 사퇴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반유대주의 법안(Antisemitism Awareness Act)이 통과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지면 이스라엘을 편드는 극우 시위대가 와서 폭력을 저질러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미국 내에서 이처럼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 공화당 모두가 고수해온 친이스라엘 노선에 대한 반발이기도 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겐 굉장한 딜레마입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반전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진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1월 미국 대선, 바이든과 트럼프 중 승자는?

프레시안 :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공화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미국 대선 결과는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오애리 : 저는 미국 국민들이 이렇게 분열된 상태에서는 트럼프라고 하는 이미 입증된 리스크를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근소한 차이로 바이든이 승리하지 않을까라는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구정은 : 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간접선거인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선거공학이 너무 많이 작동하는 나라라서, 지금 경합주가 7개라고 하는데 이러면 예측이 힘들어요.

프레시안 : 트럼프가 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구정은 : 바이든 정부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는 것 같아요. 바이든 정부가 당선된 뒤에 미국이 돌아왔다 이렇게 선언한 뒤에 기후대응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다 지정학적 갈등에 밀려버렸어요. 러시아도 적대시하고, 중국도 적대시하고, 이렇게 세계를 갈등으로 몰아넣는 건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비슷했어요. 다만 트럼프는 반여성, 반이민, 반난민 등 약자를 공격하는 혐오정치를 정상적인 행위인 것처럼 세계에 각인시키는 문제가 있죠.

오애리 : 트럼프는 속으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 러시아나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바이든보다 러시아와 가깝고 4년 동안 이스라엘을 챙겨준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법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해법은 딱히 없습니다.

시민들의 손가락질은 힘이 세다…전쟁을 막는 인류애

프레시안 : 이 책은 10대를 위한 책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한국과는 무관한 전쟁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애리 : 전쟁은 우리의 일상과 의외로 가깝다는 걸 언론 등에서 기름값 상승, 곡물 가격 상승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가장 피부에 와닿는 설명 방법이니까요. 그것도 맞는 얘기이지만 저는 우리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지구의 한켠에서 인간이 겪는 아픔, 고통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할 당위성과 의무감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BTS 등 문화적 힘을 통해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긍심을 느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만큼 성장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우리가 사는 세계의 한 구석에 이렇게 인도적 위기가 있다는 걸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이 책이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분단국가에서 전쟁의 가능성을 안고 사는 국민들이잖아요.

구정은 :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시기가 BTS 제이홉의 생일이 얼마 뒤였어요. 우크라의 수도 키이우 시내에 제이홉의 사진이 커다랗게 붙었던 자리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진을 봤어요.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 청소년들이랑 똑같이 케이팝 듣고 즐기던 이들이 전쟁을 겪고 있는 겁니다.

가끔 강자들의 논리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 혼자 전쟁 반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이스라엘이 저렇게 나쁜 짓을 해도 결국 처벌도 안 받잖아. 그렇지는 않아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쟁 범죄로 기소가 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외국을 방문하기 힘들 거라고 봅니다. 네타냐후를 불러서 정상회담을 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려는 정치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늘 말씀드리는 게 시민들의 손가락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셉니다. 책에도 썼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그 시민들의 손가락질의 힘이었습니다.

(구정은·오애리 저자의 인터뷰는 추후 영상(https://www.youtube.com/@CooPEEC)으로도 공개됩니다. 편집자)

▲<전쟁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오애리.구정은 지음, 북카라반 펴냄. ⓒ북카라반

[전홍기혜 기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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