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운명 가를 법원 판단, 이르면 오늘 나온다
의료계 불복하면 환자 불편 가중
의정(醫政) 갈등의 핵심 요인이었던 의대 증원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조만간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이르면 16일 의대 증원 효력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 일정상 서울고법 결정에 따라 올해 의대 증원 여부가 사실상 결정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떤 판단이 나오더라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법원이 의료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년 의대 증원은 확정된다. 이달 말 각 대학의 모집요강 공고를 거쳐 7월 초 재외국민 전형, 9월 초 수시 전형 접수가 진행된다. 증원 백지화를 주장해왔던 의료계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의대 증원은 졸속 추진”이라며 더욱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의대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전공의 등 제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경우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경우에도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즉시 재항고하더라도 대법원 판단까지는 최소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에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의대 증원분을 제외한 모집요강을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 심사를 받은 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추가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부는 의대 증원을 포함하지 않은 대입 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대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 의대 입시안을 다시 내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고등교육법 등을 근거로 대입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고등교육법은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거나,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대입 계획이 공표된 이후에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입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입시에서 의대는 도미노로 치면 제일 앞에 놓인 ‘팻말’이다. 최상위권 의대를 시작으로 다른 학과 지원·경쟁률을 분석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수시 전형 시작 직전에 대입 계획이 바뀌면 수험생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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