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신정선 기자 2024. 5. 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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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66번째 레터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입니다. 여러분의 인생 멜로 영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러브레터’(1995)입니다. 몇 년 전엔 ‘러브레터’에 나왔던 후지이 이츠키 집을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 오타루 제니바코역에 내려 한참 집을 찾아 헤매다 어느 친절한 일본 할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도착한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그 집이 화재로 불타 없어졌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시나요. 제가 갔을 때만 해도 골목은 그대로였는데, 그 후로 어찌됐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첫사랑 소녀 이츠키를 생각하면서, 그렇게나 싫어하던 마츠다 세이코의 노래를 부르던 소년 이츠키의 마음.

시간이 지나도 마음 한구석 살아 숨쉬는 그 마음을 따라 훌쩍 떠나보고 싶어지는 날이 있지 않으신가요. 오늘 말씀드릴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의 남자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대만에 살던 그는 18 살에 만났던 그녀의 추억을 찾아 18년 뒤에 그녀의 고향 일본으로 떠나는데요, 오래 전 그녀와 함께 봤던 영화가 바로 ‘러브레터’랍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시면 ‘러브레터’도 아주 잠깐이지만 보실 수 있어요. ‘러브레터' 젤 첫 장면에 후지이 이츠키가 눈 위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온답니다.

18년 전 만났던 그녀의 추억을 따라 그녀의 고향 일본에 도착한 지미(허광한). 뒤로 보이는 풍경은 슬램덩크로 유명한 가마쿠라 철길이에요. 지미가 슬램덩크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우선 간단한 줄거리. 대만에 사는 남자 주인공 지미(허광한)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노래방 알바를 합니다. 거기서 만난 일본 배낭 여행객이 아미(키요하라 카야)에요. 지미는 아미를 좋아하게 되지만 아미는 어느 날 일본으로 가버립니다. 꿈을 이루면 다시 만나자는 말만 남기고. 대학에 진학한 지미는 게임개발자로 성공하지만 삶이 공허해진 30대가 됩니다. 그래서 떠나요, 아미의 고향 일본 타다미로.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이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상견니'의 청춘 스타 허광한이 18살과 36살을 모두 연기하는데, 둘 다 어울려요. 이 영화는 허광한 얼굴 보여주려고 만든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매력 지분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시사회 때 챙겨본 이유는 두 가지, 허광한의 매력이 ‘상견니’ 이외 다른 영화에서 어느 정도 통할 것인가, 그리고 감독인 후지이 미치히토는 ‘남은 인생 10년'의 틀을 넘을 것인가였습니다.

네, 이 영화 감독이 ‘남은 인생 10년' 만든 그 분입니다. 제가 얼마 전 저희 신문에 흥행 분석으로 썼던 영화인데요, 작년에 개봉했다가 1년도 안 돼 또 개봉한 영화가 이례적인 성적을 보이길래 너무 궁금해서(아니 정말? 도대체 왜?) 주말에 일부러 일반관에 찾아가서 봤죠. 정말 많은 청춘남녀들이 관람하시더군요. 저요? 전 졸았습니다. 닳고 닳은 불치병으로 울리려 드는 식상한 작품, 직업 정신으로 봤습니다. 보다가 깜박깜박 조는데, 객석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는 흐느낌. 제 옆에 앉았던 20대(추정) 여성 관객은 훌쩍거리며 울다가 졸다가 다시 일어나서 훌쩍거리다가 졸다가를 반복하셔서 저를 놀라게 하셨습니다.

지미는 아미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풍등 축제에 함께 가서 소원을 담아 풍등을 날립니다. 18년 후에 그 소원은 밝혀지죠.

‘남은 인생 10년' 만든 감독이란 걸 모르고 봤더라도 ‘남은 인생'이 떠올랐을 정도로 ‘청춘 18X2′은 분위기나 여러 가지가 ‘남은 인생'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청춘 18X2′에는 둘이 같이 본 영화 ‘러브레터'가 나오고, 남자 주인공 지미가 좋아하는 슬램덩크가 나오고, 오타루와 비슷하게 눈 덮인 일본 타다미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온다는 점 정도.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그다지 애절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아쉬웠고요. 여주인공이 좀 더 생생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다 보고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러브레터' 다시 보고 싶다.”

근데 우리가 영화를 꼭 작품성만 따져가며 보는 건 아니잖아요? 멜로 영화만큼 같이 본 사람, 내 맘 속에 담아둔 추억이 중요한 장르도 없지 않나 합니다. 실상은 무척 별로인데도, 어딘가 알 수 없이 울릴 수도 있는 거고, 나만 아는 추억을 건드려서 울컥할 수도 있고요. ‘청춘 18X2′ 보고 나오다 아주아주 좋아하는 친구 A양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거 함 바바. 넌 그때가 떠오를지도 몰라,” A양이 예전에 대만에서 유학을 했거든요. 혹시 추억 속 누군가와 (그때만 해도 절실했던) 어떤 소원을 담아서 풍등을 날려본 기억이 있으시다면 이 영화 보시다가 가슴이 아리실수도.

봐도 봐도 아름다운 영화 '러브레터'. 소년 후지이 이츠키가 도서관 창가에서 책을 읽던 장면(사진 위)은 첫사랑의 각인을 보여준 가장 완벽한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년이 소녀를 괴롭히는 척 마음을 표현하던 자전거 장면 역시 잊히지 않네요.

그래서 이 레터의 결론은? ‘‘러브레터’가 최고다!’가 되겠습니다. 제 주장입니다. ㅎㅎ 30년 전 영화인데 지금 봐도 장면 하나하나 반짝반짝. 끝으로, ‘러브레터’ 명장면 한 번 더 보시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소년 이츠키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척 하는) 장면이죠. 소녀 이츠키가 잠깐 꿈처럼 꾼 장면일수도. 아래 스틸은 소년이 소녀를 골려주는 척 하면서 마음을 표시하는 장면인데, 어쩜 저렇게 귀여운지. 저 장면을 영화로 남겨주신 이와이 슌지 감독님께 새삼 감사드립니다. (‘러브레터’는 웨이브와 왓챠에 있습니다.) 이담에 호호백발 할머니가 돼서 다시 한 번, 그때의 추억을 찾아 그곳에 가서 외쳐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겡끼데쓰까~~(아이구, 허리야)”. 그럼,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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