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팀 주장' 나성범은 왜 "후배들 볼 면목도 없었다"고 했을까

김민경 기자 2024. 5.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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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나성범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후배들 볼 면목도 없고 그랬어요."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35)이 모처럼 이름값에 걸맞은 타구를 펑펑 친 뒤 묵혀뒀던 속마음을 꺼냈다. 나성범은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8-4 역전승을 이끌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103에서 0.176까지 끌어올렸다.

나성범은 0-1로 끌려가던 3회말 홈런포를 가동했다. 서건창이 우전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나성범이 1사 1루에서 우중월 투런포를 터트려 순식간에 2-1로 뒤집었다. 볼카운트 1-2에서 최원준의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온 것을 나성범이 놓치지 않았다.

두산의 추격을 뿌리치는 추가점도 나성범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4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려 4-1로 거리를 벌렸다. 두산의 10연승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뒤 "나성범이 이름값에 걸맞은 멋진 활약을 보여줬다. 역전 투런 홈런에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 등 혼자서 4타점을 올려줬고, 4번타자 최형우도 적시타와 쐐기 홈런으로 공격을 잘 이끌어줬다. 홍종표와 박찬호 또한 하위타순에서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성범은 지난달 28일 올 시즌을 뒤늦게 시작했다. 시범경기 도중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주장을 맡은 시즌에 처음부터 부상으로 빠지면서 마음이 당연히 무거웠고, 나성범은 빨리 팀에 합류해 보탬이 되고자 했다. KIA는 주축 타자 나성범이 없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원투펀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의 활약, 그리고 뜨거운 타선의 화력에 힘입어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나성범만 빨리 합류하면 KIA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고, 나성범도 같은 생각이었다.

기대와 달리 나성범을 기다린 건 지독한 슬럼프였다. 나성범은 두산과 이번 주중 3연전을 맞이하기 전까지 시즌 타율이 0.080까지 떨어져 있었다. 9경기에서 생산한 안타가 단 2개였다. 나성범은 난생처음 겪는 슬럼프에 본인도 당황했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애를 먹었다.

▲ KIA 타이거즈 주장 나성범이 역전 투런포 포함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나성범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 KIA 타이거즈

그사이 KIA의 기세도 한풀 꺾여 있었다. KIA는 14일까지 5월 성적 4승6패에 그치면서 2위 NC 다이노스, 3위 두산 베어스에 1.5경기차로 쫓기고 있었다. 이날 두산의 10연승을 막지 못했더라면 선두를 유지하기 더 어려워질 뻔했는데, 부활을 알린 나성범의 활약 속에 1위를 사수할 수 있었다. KIA는 시즌 성적 26승16패를 기록하면서 일단 두산을 4위까지 밀어내면서 2.5경기차까지 떨어뜨려 놓았다.

나성범은 "주장이 아닐 때보다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더 컸던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계속 승리를 많이 쌓아뒀고,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내가 솔직히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도움이 많이 못 됐다. (부상에서) 돌아오자마자 많은 승리를 해야 하는데, 내가 오고 나서 조금 뭔가 침체되는 분위기를 겪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많이 속상하기도 하고 후배들을 볼 면목도 없고 그랬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냥 어제오늘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왔다. 아직 경기도 많이 남았고, 내가 잘해서 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보여 드리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슬럼프를 겪는 동안은 긍정적인 생각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버텼다. 나성범은 "정말 이게 처음 겪다 보니까. 내가 시즌 중간에 하다가 안 좋은 경우는 많았는데, (처음부터 안 좋은 건) 처음 겪다 보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시즌 중간에 안 좋을 때는 나만의 노하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좋아진 경우도 있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시즌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바로 안 좋은 적은 처음이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코치님들이 힘을 주려고 계속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고, 나도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안타가) 잘 안 나오다 보니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냥 믿고 그냥 좋은 영상 계속 보면서 배팅 연습을 할 때도 좋은 감을 계속 이어 가려고 했다. 타석에서 계속 자신감을 갖고 들어가려고 했던 게 어제부터 또 좋은 타구가 하나씩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제는 조금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더 할 말은 없다. 지금처럼만 해주면 된다. 나성범은 "솔직히 다 정말 잘해 주고 있어서 나는 딱히 크게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경기를 하다 보면 힘든 경기도 있고, 실책이 많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뭐라고 하기보다는 격려하면서 힘이 돼주고 싶다. 선수들도 자신이 실수한 것은 다 알기 때문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야 한다"며 조금 늦었지만, 이제는 동료들에게 힘이 되는 주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반격하는 투런포를 친 KIA 타이거즈 나성범 ⓒ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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