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그해 가을, 야구인생 터닝포인트가 왔다”[KBO 빅5가, 19살 나에게]

배재흥 기자 2024. 5. 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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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친 김광현이 밝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가고 있다. SSG 제공



‘어른’이 되기 전의 마지막, 열아홉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만 열아홉살은 학교 야구의 울타리를 넘어 프로 무대에 입단, 사회에 발을 내딛는 출발선이다.

스포츠경향은 창간 19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선수들의 19살 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졸 입단 출신 선수 중 KBO리그를 맨앞에서 끌어가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최형우(KIA), 류현진(한화), 양현종(KIA), 김광현(SSG), 양의지(두산)에게 물었다. 지명 당시의 기억, 입단 첫해의 추억, 만 19살 그때는 몰랐던 야구인생의 가장 큰 고비, 그리고 19살의 나에게 지금 해주고 싶은 말을 통해 프로야구와 그들의 추억을 함께 나눠본다.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

2007년 10월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현 SSG)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를 다룬 스포츠경향 기사의 첫 문장이다. 여기에서 다윗은 당시 고졸 신인이었던 좌완 김광현(36·SSG)이다.

2007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의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그해 정규리그에서 20경기 3승7패 평균자책 3.62의 성적을 남겼다. 신인 치곤 나쁘지 않은 기록, 그러나 안산공고 시절 고교 무대를 평정하고 프로에 올라온 김광현에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김광현의 진가는 정규리그보다 긴장도가 훨씬 높은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그는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진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맞대결 상대는 정규리그 22승을 올린 두산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였다. 사람들은 이 대결 구도를 보고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떠올렸다.

하지만 김광현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리오스와 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그는 7.1이닝 1안타 2볼넷 9삼진 무실점 ‘인생 역투’를 펼쳐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리오스는 5이닝 3실점 했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SK는 5, 6차전을 내리 잡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10월26일 잠실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당시 SK)이 삼진을 잡고 포효하고 있다. 스포츠경향DB



김광현은 19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한국시리즈 4차전을 꼽았다. 그는 “팀이 시리즈 전적에서 밀리던 상황인 데다, 상대 에이스와 선발 맞대결을 해야 해서 긴장이 많이 됐다”며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그 불리함 속에서 좋은 피칭을 선보였고,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0으로 앞선 1회말 등판했을 때 선두 타자를 잡고 나서 긴장이 확 풀렸다”며 “어떻게 보면 그 경기가 내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짚었다.

김광현은 데뷔 첫해 프로에 적응하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꿈에 그리던 프로 선수가 됐단 사실에 기뻤고, 1차 지명을 받아 더 기분 좋게 프로에서 활약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는 “시즌 초중반이 힘들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생각한 만큼 잘 안 풀렸다”며 “프로의 벽을 느끼기도 했고, 아마추어와의 차이도 확실히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무엇이 문제인지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였다.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내 실력을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다”면서도 “나를 위한 조언과 배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투수, 야수 구분 없이 형들이 먼저 다가와 격려해줬다. 주위에 좋은 선배들이 있던 것이 내 복이었다”고 말했다.

역투하는 김광현. SSG 제공



이듬해 김광현은 27경기 16승4패 평균자책 2.39를 기록,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골든글러브를 싹쓸이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후 KBO리그 최고 좌완 투수 반열에 오른 그는 2019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해 2년간 빅리그에서 활약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현재도 SSG의 에이스로서 경쟁력 있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김광현은 ‘19살 김광현’에게 “너무 틀 안에 갇혀 있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신인 시절 그는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김광현은 “나이에 맞게 야구를 즐기면 좋겠다”며 “경기 결과와 성적에 과도한 신경을 쓰는 것이 절대 좋은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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