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훈련했던 방황의 시간 ···양현종 “잘 버텨냈다”[KBO 빅5가, 19살 나에게]

김은진 기자 2024. 5. 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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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지난해 통산 163승을 거둔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어른’이 되기 전의 마지막, 열아홉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만 열아홉살은 학교 야구의 울타리를 넘어 프로 무대에 입단, 사회에 발을 내딛는 출발선이다.

스포츠경향은 창간 19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선수들의 19살 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졸 입단 출신 선수 중 KBO리그를 맨앞에서 끌어가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최형우(KIA), 류현진(한화), 양현종(KIA), 김광현(SSG), 양의지(두산)에게 물었다. 지명 당시의 기억, 입단 첫해의 추억, 만 19살 그때는 몰랐던 야구인생의 가장 큰 고비, 그리고 19살의 나에게 지금 해주고 싶은 말을 통해 프로야구와 그들의 추억을 함께 나눠본다.

양현종(36·KIA)은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이었다.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많았지만 확 터지는 투수도, 오래 가는 투수도 나오지 않고 있던 시절 동성고를 졸업한 좌완 강속구 투수로 큰 기대를 받았다.

양현종은 “1차 지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2차 드래프트에서도 그렇게 빠른 순번에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지명됐을 때 드디어 프로야구 하는구나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고졸신인의 순수함을 꽤 오랫동안 유지했다. 한참 동안 후배들이 1군에 오지 못해 몇 년 간 막내 생활을 하면서 밝은 미소로 선배들과 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해 ‘막내딸’이라 불렸다. 싱그러웠던 고졸신인 양현종은 야구도 잘 했다.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데뷔 두번째 경기에서 선발 등판을 했다. 몇 번 2군을 오가기도 했지만 시즌 후반부였던 9월29일 대전 한화전에서 생애 첫 선발승을 거뒀다.

양현종은 “열아홉살 때는 목표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신인왕 이런 얘기는 다들 예의상 하는 말이고, 나는 그냥 1군에 계속 오래 붙어있고 싶은 게 다였다. 세 번인가 엔트리에서 빠지긴 했었는데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고 그래도 거의 1군에서 야구했었다”고 떠올렸다.

‘선발 투수 양현종’이 탄생한 것은 3년차였던 2009년이었다. 양현종은 그해 처음 풀타임 선발로 변신해 12승(5패)을 거두면서 KIA의 통합우승 주역이 됐다. 이듬해에도 무려 16승(8패)을 거둬 리그 에이스로 떠오를 무렵,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겼다. 이제 와서 양현종의 통산 경력을 보면 가끔 의문인, 그의 선발 경력이 사실상 단절됐던 2011~2012년이었다. 당황했고 몸보다 마음에서 이겨내질 못했다. 양현종은 야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그때를 떠올린다.

KIA 양현종이 고졸신인이었던 2007년 4월12일 광주 현대전에서 데뷔 첫 선발 등판해 포수 김상훈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나이가 어렸고 아파서 못 하니까 그게 많이 힘들었다. 재활군 내려가서도 그 시스템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아무 것도 몰라서 마냥 운동만 했다. 나름대로 2009년에 우승하고 2010년에 16승 하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고 잘 하다 아프니까 서러웠다. 아픈 게 그냥 서러워서 야구장에서 말도 안 하고 그랬었다”고 떠올렸다.

꽤 오래 ‘방황’ 했지만 그래도 양현종은 결국 이겨냈다. 경기 끝나면 무등구장 불펜에서 한밤중에 혼자 입 꾹 다물고 섀도우 피칭을 하던 시절이었다. 수술 없이 재활로 어깨 통증을 이겨낸 양현종은 2013년 재기했고 2014년 171.1이닝을 던져 16승(8패)을 거두면서 완전히 일어섰다. 그해부터 지난해까지 양현종은 KBO리그 유일의 9년 연속 170이닝 투구, 8년 연속 두자릿승수를 거둔 최고의 이닝이터이자 통산 최다 선발승을 비롯해 수많은 기록을 쓴 레전드급 에이스가 돼 있다.

싱그러웠던 19살을 떠올리며 양현종은 “잘 버텨냈다”고 칭찬의 메시지를 보냈다.

양현종은 “열아홉살 때는 1군에서, 그 뒤 지금까지는 선발로서 나는 ‘버텨야 살아남는다’ 생각하고 야구해왔다. 신인 때 칸베 토시오 코치님, 이강철 코치님 그 좋은 두 은사님을 만나서 잘 배웠고 어떻게든 1군에서 버텨 1군 야구를 보고 배워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때의 나에게 ‘잘 버텼구나’ 말해주고 싶다”고 웃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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