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원적 오락영화 지겹다면…'혹성탈출4' 느긋해져 보자고 [MD리뷰]

김지우 기자 2024. 5. 1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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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4' 스틸컷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그래 이 정도면, 백점은 아니래도 훌륭하다.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오아시스에서 인간을 지배하려는 유인원 프록시무스 군단에 맞서, 한 인간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유인원 노아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메이즈러너' 시리즈를 연출한 웨스 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혹성탈출' 3부작을 이끌었던 시저가 죽고, 300년이 지난 시점에서 노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는 완전히 전복됐다. 인간은 '휴먼'이라는 칭호를 잃고, 말 못 하고 원초적인 '에코'로 불린다. 웨스 볼 감독은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그저 4편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다"며 "시리즈의 레거시를 이어받으면서 새로운 챕터를 열고자 했다. 권력, 욕심, 역사, 충심, 진실은 얼마나 연약한가, 이 모든 게 녹아든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다른 유인원 집단의 공격으로부터 부족장이었던 아버지가 죽고, 가족과 친구들이 포로로 잡혀간 상황. 어린 노아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서 조력자 라카를 만나 시저의 가르침을 전수받는다. 또한, 말할 줄 아는 똑똑한 인간 메이를 만나 유인원이 지배하기 이전 시대를 마주한다.

영화 '혹성탈출4' 스틸컷

이후 노아는 인간의 유산을 탐하고, "뭉치면 강하다"는 시저의 가르침을 지배 원리로 이용하는 유인원 프록시무스와 대립한다. 노아와 메이는 힘을 합쳐 그를 물리치지만, 각각 다른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메이는 여전히 인간이 지배하던 시대를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글지 않았던 노아가 독수리 부족에 걸맞은 리더, 즉 아버지의 자리에 오르는 성장서사를 쉽게 차곡차곡 그려낸다. 한편의 잘 짜인 이솝우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뒤바뀐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성은 소소한 영화적 자극을 주고, 공존에 대한 고민의 지점을 제공한다.

VFX 기술로 그려낸 대자연과 생경한 유인원 시대의 비주얼은 '혹성탈출4'의 가장 큰 매력 요소다. 웨스 볼 감독은 "이번 작품의 30~35% 정도 분량은 100% CG로만 만들어진 장면이다. 특히 물을 구현한 기술을 자랑하고 싶다. '아바타: 물의 길'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던 기술이다. 이런 시도 자체가 처음이고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45분 긴 러닝타임만큼 다소 늘어지는 구간도 있다. 하지만, 읽기 쉬운 영웅서사와 훌륭한 영상미를 곱씹다 보면 충분히 즐길 만 하다. 성장과 새로운 시대란 본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지지 않는다.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큰 걸림돌 없이 이야기에 스며들 수 있다. 치고받고 싸우는 일차원적 오락영화에 질렸다면 '혹성탈출4'는 좋은 대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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