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관세 폭탄에 강력 반발… "제3국 헐값 밀어내기" 우려

박한나 2024. 5. 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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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법 301조 위반" 주장
글로벌 가격구조 변동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에 관세를 25~100%까지 일제히 올린 미국 정부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예고한 만큼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간 무역 전쟁의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국내에선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산 밀어내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산 덤핑 물량이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중동 등 제3국 시장에서 헐값에 쏟아져 나오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내몰리는 데다 글로벌 가격 구조에 변동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반도체와 철강·알루미늄, 전기차,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전략 품목에서 중국산 물품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301조는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中 상무부 "WTO 규정 위반"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14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의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국내 정치적 이유로 무역법 301조 관세 검토 프로세스를 남용해 중국산 물품 일부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 내의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도구화한 것"이라며 "이는 전형적인 정치적 시장 조작"이라고 규탄했다. 이번 조치에 관해 강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은 연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WTO는 각 회원국이 여타 모든 회원국을 공평하게 '최혜국(MFN)'으로 대우하도록 하는 비차별 원칙을 두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WTO는 이미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가 WTO 규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며 "이 상황을 정정하기는커녕 미국은 그들 길을 가기를 고집하며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한다"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의 무역법 301조에 따른 이번 관세 인상은 과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인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거나 억누르지 않겠다', '중국과의 연결 고리를 끊거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또 중국 상무부는 "이는 양국 정상이 도달한 합의의 정신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양국 간 협력의 기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대중국 추가 관세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인 관세에 반대해왔다"며 "우리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미국의 이번 관세 인상 대상은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약 24조6510억원) 규모다. 관세는 2024년 전기차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주사기·바늘 등 의료품에서 시작해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상된다. 전기차는 25%에서 100% 수준으로, 배터리는 7.5%에서 25%로, 태양광 셀은 25%에서 50% 상당으로, 의료품은 0~7.5%에서 25~50% 수준으로 올린다.

◇전문가들 "문제는 제3국 헐값 밀어내기"

국내에선 동남아 등에서 중국기업에 의한 불공정한 무역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하는 이른바 '철강 232조'를 시행한 결과, 과잉생산된 중국산 철강이 베트남 인도 영국 튀르키예 등 다른 국가에서 싼값에 판매된 적이 있다.

당시 글로벌 철강 시장의 가격 구조에 변동을 가져왔으며, 일부 국가에선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반덤핑 조치나 수입 제한을 검토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철강 산업 보호의 명목으로 시작된 조치가 전 세계 철강 시장의 균형에 변화를 일으킨 셈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을 할 때 미국과 중국도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한국에게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닌 상황"이라며 "철강은 이미 중국의 저가공습으로 가격 경쟁력을 많이 상실했지만 전기차용 특수철강이나 고급철강 등의 품질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철강을 포함해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등이 미국에 막혀 다른 국가로 소위 '헐값 밀어내기' 수출 전략이 시작될 텐데 적극적으로 현지 법인과 노력해 덤핑 제소로 공정무역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관세 회피 움직임은 이미 포착되고 있다. 미국이 대중 압박을 본격화한 날,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멕시코시티에서 브랜드의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인 '샤크' 출시 행사를 열고 "멕시코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BYD가 해외에서 신차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텔라 리 BYD 미주 지역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현재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며 "멕시코 공장 건설 과정에서는 멕시코 시장과 그 외 다른 (중남미) 국가 시장을 고려할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외 국가의 공략을 시작한 셈이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과 가깝고 미국·멕시코·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 관세의 광범위한 인하 혜택을 받는다. 관세 장벽을 우회 경로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중국의 관세 회피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기업의 전기차와 관련해 "그 같은 유형의 생산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USTR은 현재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기술융합원 원장은 "현재 USMC 협정에 의해 멕시코산 원산지 규정만 맞추면 BYD 픽업트럭은 미국에 들어갈 수 있다"며 "BYD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려면 인건비 등이 높으니 멕시코에 지어 미국으로 우회수출하려고 한 것인데 미국 역시 이를 간파하고 멕시코 정부에 이를 막기 위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 중국산 전기차가 안 들어가기 때문에 기린과 볼보의 합작사를 제외하고는 단기적인 영향은 없다고 본다"면서 "문제는 동남아와 유럽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공급과잉이 될 텐데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이 신흥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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