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에너지 속국 피하려면 원자력 필수… `脫탈원전`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한기호 2024. 5. 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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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양·최영대 사실과 과학 네트웍 공동대표
MBC플러스 사장·국정원 광주지부장 역임한 非전공자 출신
남중국해 해상교통로 한달만 막혀도 韓전기 60% 생산 못해
방사선 오해 버려야… 전기요금·수요급증 맞추려면 대안 없어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웍'의 조기양 공동대표와 최영대 공동대표.
2019년 12월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웍을 창립하기 1달여 전부터 소위 '탈-탈원전' 활동을 하던 조기양·신광조·최영대 현 공동대표.<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최근 한 공영방송에서 '원자력 리포트 2024-후쿠시마 사고 13년'이란 제목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근황을 재점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다큐 ON')이 방영됐다. 제작진은 피난구역에서 정부의 '살처분' 지시를 거부하고 소 수백마리를 13년째 돌보고 있는 요시자와 마사미 '희망의 목장' 대표를 만나고 지난해 일본 정부가 한국 검증단 출입을 거부했던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와 삼중수소 등 오염수를 처리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살폈다. 방사선 실측 위험도에 의문을 남기면서도 꾸준한 '검증'을 주문했다. 원전 찬성론과 불신론의 대립상황을 보여주고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겼다.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시민단체가 있다. '방사능 공포 깨기'에 집중해 온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웍'(약칭 사과넷)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탈(脫)원전'에 반발해 2019년 12월 창립됐다. 본보는 지난 14일 서울 남영역 인근 사과넷 사무실에서 조기양(71) 상임공동대표와 최영대(65) 공동대표를 만났다. 조 대표는 MBC플러스 사장을 지낸 중견 언론인 출신이다. 구수한 사투리로 기자를 맞은 최 대표는 전북 출생으로 국가정보원 광주지부장 등을 거쳤다. 신광조(67) 공동대표는 광주 출신으로 시 교통국장을 지냈다. 3인 모두 원자력 비(非)전공자 출신, 그중 2인이 호남 출신이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2월 원자력학계가 주도해 20만명 이상이 호응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도왔다. 연줄은 서로 달랐지만, '탈 탈원전'으로 의기투합했다. 사과넷에는 회원 200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재무상황이 넉넉치 않지만 꾸준히 활동해왔다. 지난 2~3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원전 10기 이상 추가 건설을 반영하라고 촉구하는 등 장외 시위가 주를 이뤘다.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는 번역서(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원저 'Radation and Reason'·역자 강건욱 서울대 의대 교수)도 출판했다. 이번엔 공영방송 다큐 제작에 참여했다.

다만 사과넷은 다큐가 '방사능 공포 검증'이라는 기획 의도에서 멀어졌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일본은 살 수 없는 나라가 된다'는 주장이 판을 친 지 10여년 지났는데, 사고원전에서 직선거리 약 14km에 있는 희망의 목장 대표도 소들도 멀쩡하다"고 지적했다. 원전 반대 활동가가 된 요시자와씨가 세슘 134·137이 체내 검출되고도 "유전자 검사에서 전혀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스스로 밝힌 대목이 다큐에 나온다. '오염수 논란'으로 일었던 '천일염 사재기'가 현재는 잦아들었고, '소금산업진흥연구센터'는 2011년 이래 신안 염전에서 흙과 소금에서 "의미있는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된 적은 한번도 없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원전 주위에서 일본이 하는 오염토 제거 작업도 사실 불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방사선을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사선은 조금만이라도 위험하다는 LNT 가설에 의문을 제기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나 류머티스 관절염에 '방사선을 쬐니까 더 좋아졌다'는 연구 사례들을 싣고 싶었지만 방송분에서 비중이 줄었고, 반핵(反核)과의 기계적 중립 구도가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원전 문제가 친일·반일 시비로 번지는 데 대해선 "인류가 생각했던 방사선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라며 "일본 문제 차원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 이야기엔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고, 중국 동부 원전 처리수 공포와도 선을 그었다. 최 대표는 '원전 마피아'라는 프레임에 대해선 '호남 사람'의 입장에서 "70년대부터 원전을 건설하는 과정에 영남 기업이 대부분 참여했다"며 "그 반작용으로 보조금 빨아먹는 '태양광 마피아'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남·북에서 간척지·농촌 관제(官制) 태양광 설치 반대가 격렬하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변호사, 판사, 검찰, 경찰, 언론 마피아도 있다"며 "(전문가들을) '원전 마피아'라는데 결국 한 일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를 생산해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탄소 중립' 대응을 위해서도 "원자력 외엔 대안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대표는 동력자원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 출입기자 시절 "탄광에 수백m 내려가 석탄 캐는 걸 취재하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에너지를 얻는구나' 절감했는데 원전을 가 보니 얼마나 깨끗했는지, 사람들도 편히 일하면서 큰 에너지를 얻었다"고 경험에 비춘 동기를 전했다. 최 대표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석탄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전기 요금과 수요급증을 맞추려면 원자력 외엔 대안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원전을 하지 않으면 산업이든 국민건강이나 기후변화에 생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호남권 시민단체 등을 만나며 개인 강연도 활발히 해 온 최 대표는 설명 자료를 마련해두었다. "에너지 자원은 다 수입인데 석유는 한 100일치, 석탄은 20~30일 정도, LNG(천연가스)는 2주분 비축 가능하다. 그래서 남중국해 해상 교통로(대만해협)가 딱 한달 막혀버리면 석탄과 LNG 수입이 안 되고 우리나라 전기의 60%를 생산하지 못 한다"며 '에너지 속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원전 비중을 70%대로 늘려놓으면 나머지 30% 정도는 (수입이 막혀도) 감당할 수 있다. 원전 연료 우라늄은 3년치 비축할 수 있고, 수입가는 7억달러 정도로 위스키·와인 수입액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발전 비중을 떠나 발전 총량을 늘릴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수요 기류가 바뀌고 있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기수요가 기존보다 훨씬 폭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광주광역시의 3배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우리나라 지역별 발전량과 전력 소비량이 기업 규모에 따라서가 아니라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 산업별로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 비중을 늘려 전기료를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세계의 AI·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어느나라로 갈 것 같나"라며 법인세와 규제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싸고 품질 좋은 전기 공급"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해외 기업·인력 유치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북한의 무력행사도 저해해 통일과 번영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핵 논리에 대해선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유엔 추적조사 결과 현장에서 (폭발로) 죽은 28명을 포함해 총 43명 사망이 공식 기록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사고로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며 "핵무기는 터뜨리려고 개발했고 핵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이다. 우라늄 농도는 전자가 80%, 후자는 기껏해야 5%"라면서 북한 등의 '핵무기 위협'에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이 분은 탈원전·태양광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됐다"며 원전 적극 확대를 촉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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