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안 마셔도 카페에서 쉬고 싶어

한겨레21 2024. 5. 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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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성을 비하하는 '된장녀'가 유행어인 때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정말로 커피를 사랑하는 걸까? 커피 말고 다른 이유로 카페를 방문한다면 어떨까? 자릿값만 내면 되는 서비스 '레스트인'(Rest In)은 청년사업가 김정민씨의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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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에게 작은 휴식 선물하는 ‘레스트인’ 김정민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갈무리

2006년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성을 비하하는 ‘된장녀’가 유행어인 때가 있었다. 이처럼 허영의 상징으로 등장한 커피는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정말로 커피를 사랑하는 걸까? 커피 말고 다른 이유로 카페를 방문한다면 어떨까? 자릿값만 내면 되는 서비스 ‘레스트인’(Rest In)은 청년사업가 김정민씨의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카페에서 자릿값만 내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평소에 약속 시간보다 10~15분 일찍 가는 게 습관인데요. 땡볕 더위에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늘에 빽빽하게 모여 있더라고요. 몇 분께 여쭤봤더니 ‘10~15분만 기다리면 되는데 4천원이나 내고 카페에 가기 부담스럽다’고 답변하더라고요. 카페 사장님들께도 여쭤봤어요. ‘15분만 있을 건데 음료 주문하지 않고 잠깐만 앉아 있다 가도 괜찮겠냐’고요. 사장님들도 좀 껄끄러워하지만 부탁하니 되더라고요. 카페 30곳 중 27곳이 허락해줬답니다. 손님 대부분은 민폐라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제가 대신 카페 사장님께 여쭤봤습니다. 사장님이 허락하면 손님들에게 “자, 들어오세요!”라고 말하며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해서 10분당 300원 정도 자릿값만 내고도 카페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레스트인’을 창업했습니다. 요즘은 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카페 사장님을 설득하고 다니고 있고요.”

―유튜브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유현준 건축학 교수님의 유튜브 클립을 봤는데요. 서양인들은 음료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데, 한국에서는 카페가 휴식 또는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요. (미국) 뉴욕에서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모두 핫도그 하나 사들고 센트럴파크 벤치에서 쉬는 문화가 있고요. 그런데 강남 거리를 걷다보면 앉을 공원도 벤치도 너무 없잖아요? 그 역할을 카페가 대신하는 거죠. 그런데 아주 덥거나 추운 한국 날씨는 아무리 야외 공원이나 벤치를 확장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이미 공원 기능을 대신하는 카페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해볼 수 없을까 고민해봤죠.”

―레스트인이 많아지면 도시가 어떻게 바뀔까요?

“500만 명에게 하루 20분씩, 1년에 6억 시간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적 의사란 직업이 숭고하다고 생각했어요. 유일하게 사람의 시간을 늘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발명을 좋아해서 스타트업까지 하게 됐는데, 다른 이의 시간을 뺏는 아이디어만 내고 있더라고요. 레스트인으로는 거리에서 기다리는 분들에게 잠시나마 카페에서 쉴 시간을 선물할 수 있어요. 회사 다니는 분들도 사무실이 답답할 때 ‘잠깐 카페 다녀올게!’ 하고 자유롭게 들르면 좋겠어요. 용돈이 부족한 청소년도 피시방 대신 더 쾌적한 카페에서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카페 영업하러 갈 때 종종 잡상인 취급 받아도 물러서지 않게 되더라고요. 물론 공간을 대여해주는 카페 사장님도 장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죠.”

김수진 컬처디렉터

김정민(@dodam_ggabi)님의 플레이리스트

❶셜록현준: 건축가가 공원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

https://youtu.be/m1WUJETaI2U?si=skc8JZ3BYuhCcf4Y

레스트인이 도시에 정말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게 한 영상이었어요. 한국 도심에 공원과 벤치가 적지만, 카페들이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거듭나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❷EO: 토스 이승건 대표 인터뷰

https://youtu.be/uPhHPO98M84?si=JLMo8A8ef1cfHi5g

대부분 창업자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창업에 뛰어드는데요. 토스 이승건 대표님이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기 시작했다는 인터뷰를 보고 창업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어요.

❸지무비: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트레일러

https://www.youtube.com/watch?v=pmqj5m0ivD4

탈북 천재 수학자가 한 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영화예요. 공대생 시절 과외수업할 때가 떠올랐어요. ‘틀린 문제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는 없다’는 대사가 있어요. 문제를 풀 때 질문을 통해 ‘진짜 문제’와 친해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창업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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