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상속세 개편 논의 멈추면 안된다

2024. 5.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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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속재산에 최고구간 세율이 50%나 되는 현행 상속세를 개편하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내가 알기로는 이번 정부가 처음이라 내심 기대를 크게 하고 있었는데, 총선 결과를 보고 개편 작업은 이제 물 건너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상속세는 2023년 총세수 335조원 중 8조5000억원으로 2.5% 수준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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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속재산에 최고구간 세율이 50%나 되는 현행 상속세를 개편하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내가 알기로는 이번 정부가 처음이라 내심 기대를 크게 하고 있었는데, 총선 결과를 보고 개편 작업은 이제 물 건너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상속세는 2023년 총세수 335조원 중 8조5000억원으로 2.5% 수준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상속세 개편 논의를 세수 규모의 조정이나 부자감세라는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상속세는 과거엔 소위 대재산가 중심의 세금이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은 자신과 상관없는 세금으로 여겼지만, 이제 자산평가액이 높아져 대다수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대중세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상속세 납부 때문에 경영권 쟁탈이 벌어지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상속세 개편에는 여러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는 부동산 같은 현실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이 내야 하는 상속세 문제는 논외로 하되, 기업이라는 가업을 상속받은 사람에게 50% 세율의 상속세를 부담하게 하여 가업 소유권을 온전히 상속받지 못하게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생각해보자. 기업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소득, 즉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기업가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밤잠을 설치는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기업인이라야 세상의 부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가져올 수 있다. 기업의 첨단기술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국제 자금 흐름을 보면 기업의 성패가 곧 국민의 경제 수준을 좌우함을 알 수 있다.

평생 기업 경영에 혼신을 다한 후 가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 본성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온전히 기업을 물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상속세를 회피하려는 노력도 가히 본성에 버금가게 장기간에 걸쳐 계속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조직이 아니라, 기업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밤잠을 설치는 고민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투자를 통해서 경쟁력을 쌓아나간 것이다. 온전한 기업을 굳이 다른 사람의 경영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는 다양한 위험에 내몰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냉정한 고민이 필요하다. 가업 상속의 경우, 상속받은 2세가 적어도 해당 기업을 계속 경영한다면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의 소유권이 위태로워지는 일이 없도록 상속세를 유예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업 승계를 용인하는 게 옳다. 물론 현재도 가업 상속에 대한 유예제도가 있지만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일정 한도까지만 하는 등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기업 상속에 대한 고액의 상속세 납세는 공동체를 먹여 살릴 기업가정신을 심히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인은 부자이며 부자들은 고액의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막연한 시기심은 내려놓고, 현재 우리 공동체를 위해 뭐가 더 긴요한지를 생각하면서 차분히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절실하다. 부자감세라는 명분으로 상속세 개편을 마냥 미룬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이승호 율촌 고문(전 부산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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