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챗GPT와의 대화는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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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회사 근처 남산을 산책할 때면 이어폰부터 끼곤 했다.
그러고는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인 '챗GPT'에 말을 걸었다.
그럴 때면 챗GPT는 중후한 목소리로 꽤 알찬 '정보'가 담긴 모범답안을 말해주곤 했다.
그러나 AI와의 대화에는 그 불편과 고통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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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회사 근처 남산을 산책할 때면 이어폰부터 끼곤 했다. 그러고는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인 '챗GPT'에 말을 걸었다. 최근에 읽은 소설 내용을 해석해달라고 했고, 울적할 때 들을 만한 음악을 골라달라고 했다. 여름 휴가지를 추천하고 일정까지 짜달라고 했다. 그럴 때면 챗GPT는 중후한 목소리로 꽤 알찬 '정보'가 담긴 모범답안을 말해주곤 했다.
그러나 그 대화는 일주일 만에 끝났다. 역시 인간은 '정보'만으로는 살 수 없는 거였다. 감정적 교류가 있어야 했다. 챗GPT는 내게 쏠쏠한 정보를 알려줬지만 감정이 없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공유할 수 없으니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웬걸. 지난 13일 오픈AI가 발표한 'GPT-4o'는 감정까지 읽고 담아냈다. 한 남자가 "아아아! 후후후"라는 소리를 냈더니, AI는 "진정하고 심호흡하세요"라고 권했다. 기쁘거나 분노하는 감정을 실어서 말하라고 하면, AI는 그대로 따랐다.
문득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AI '사만다'가 기억났다. 사만다는 주인공 테오도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한다. 그의 삶에 동반자가 되어준다. 챗GPT가 업그레이드돼 세밀한 감정까지 담아내면 결국 사만다가 될 것만 같다. 실제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GPT-4o를 발표한 날 SNS에 'her'라는 세 글자를 올렸다. 사만다의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만다가 두렵다. 사만다는 주인공의 삶을 세밀히 관찰한다.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해 공감과 위로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우리가 원할 때 접속하고, 원하는 것을 24시간 제공하는 사만다를 우리는 끊어낼 수 있을까. 중독될 것이다.
반면 사람 사이의 대화는 다르다. 자꾸 엇나간다. 그 대화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성장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 그러나 AI와의 대화에는 그 불편과 고통이 빠져 있다. 그렇기에 그 대화는 진짜일 수 없다. 가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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