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사소통 힘든 장애인 시설서 내보낸 서울시 사업… 법원 "인권침해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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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자립 기회를 주겠다며, 보호시설이 이 장애인들을 퇴소시킨 것은 인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장애인 '탈시설화' 사업이 불가피했다는 판단이다.
인권위는 시설 측이 서울시 계획을 토대로 장애인들의 자립 환경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내린 조치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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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결정으로 볼 수 없어... 지원도 마련"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자립 기회를 주겠다며, 보호시설이 이 장애인들을 퇴소시킨 것은 인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장애인 '탈시설화' 사업이 불가피했다는 판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양상윤)는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했던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장애인인권침해재결 취소 소송에서 1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권위가 원고의 진정을 기각한 결정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사회복지법인이 1985년 개설한 장애인 거주시설 '향유의집'에는 한때 100여 명의 장애인이 머물렀다. 그러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2차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 계획'을 내놓으며, 장애인들을 퇴소시키고 폐원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본인 의사를 확인하기 어렵고 밀착 보호가 필요한 중증장애인 9명이 퇴소 대상에 포함됐고, 이 중 7명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무연고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장애인 학대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곳에서 일하던 A씨는 2019년 12월 인권위에 "향유의집 퇴소 결정이 장애 인권을 침해한다"며 진정을 제기했지만, 5개월 뒤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인권위는 시설 측이 서울시 계획을 토대로 장애인들의 자립 환경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내린 조치로 판단했다. 활동보조인 지원 조치가 이뤄졌던 점도 감안한 결정이었다.
이어진 행정소송에선 A씨의 원고 적격성 여부와 탈시설 조치의 정당성이 쟁점이 됐다. 인권위 측은 "진정 기각 결정으로 A씨에게 개별적·구체적 이익의 침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청구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안 심리 없이 재판 절차를 끝내야 한다는 항변이었다.
약 2년 8개월간 심리 끝에, 법원은 A씨의 소송 자격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권 침해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인권위에 이를 진정함으로써 시정조치 권고를 요구할 권리가 있으므로, A씨에겐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안에 대해선 법원은 인권위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장애인의 자립 실현을 돕고자 하는 결정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비록 사회적 고립 우려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주택시설과 활동지원 내용을 보면 이런 변화가 부정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제 퇴소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선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무연고 중증장애인에 대해서까지 '동의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시설에서 거처를 옮길 수 없다'고 해석할 경우, 장애인은 현실적으로 거처를 옮길 수 없는 결과가 돼 오히려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될 수 있다"고 봤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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