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신도시를 위한 헌사와 축사

2024. 5. 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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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필자의 자녀들이 한창 뛰어놀던 시절, 경기도 일산에 보금자리를 두고 살았었다.

당시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초년 가장들이 분당·일산·평촌·중동 신도시에 터를 잡고 가정의 기반을 닦았다.

그 세대의 커리어 성장과 더불어 이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으니, 든든한 생활 터전이 되어준 1기 신도시가 대한민국 발전에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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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필자의 자녀들이 한창 뛰어놀던 시절, 경기도 일산에 보금자리를 두고 살았었다. 당시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초년 가장들이 분당·일산·평촌·중동 신도시에 터를 잡고 가정의 기반을 닦았다. 그 시절 필자와 비슷한 처지의 가장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생업에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쾌적한 도시와 주거 환경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1기 신도시 입주 초기의 인구통계를 보면 30·40대 비중이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 세대의 커리어 성장과 더불어 이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으니, 든든한 생활 터전이 되어준 1기 신도시가 대한민국 발전에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열차게 살아온 신도시 1세대 입주민들도 이제 60대, 70대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신도시를 지키며 살고 계시는 분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신 분도 있다. 도시의 시간도 사람의 시간과 같이 흘러 1기 신도시도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다만 도시의 일생과 사람의 일생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는데, 바로 도시는 회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와 입주민의 필요에 맞게 도시를 정비하여 젊은 도시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나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가 좋은 사례다.

청년 주거 부족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기 신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필자는 3기 신도시가 우리 역사의 마지막 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본다. 기존 도시 노후화를 외면한 채 신도시만 계속해서 만든다면, 나중에는 1기 신도시 40만채에 3기 신도시 24만채까지 더해져 우리 후손은 수십만 채의 노후 주택을 부채처럼 떠안게 된다. 무작정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대신, 이제는 인구 감소와 1~2인 가구 증가를 고려하고 고령자 가구를 배려하여 도심 내 우수한 입지에 기능이 복합된 콤팩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입지적 우수성과 각종 의료복지, 생활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지속 이어가야 한다.

물론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본격 추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 문제는 많다. 전체 정비 방향과 지역 개발 방향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구역별로 어떤 순서에 따라 정비할 것인지? 입주민들의 순환 이주 대책을 어떻게 실행할지? 인플레이션 시대에 필요한 재원을 민간과 공공이 어떻게 분담하고 조달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100년이 지나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주택을 어떻게 건설할지? 다행스럽게도 여러 산적한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민간·공공의 역량을 결집하여 하나하나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1기 신도시를 새롭게 정비하여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 일이야말로 줄곧 1기 신도시를 지켜온 분들을 향한 헌사이자 새로운 주인이 될 미래세대에게 보내는 축사로서, 오늘 우리가 매듭지어야 하는 몫이다.

[이한준 LH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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