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가 되려면 넘어야 할 허들 셋 ①총선 패배 책임론 ②친윤계 반발 ③대통령과 관계 설정

조미덥 기자 2024. 5. 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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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로 재등판’ 목소리에도
당내선 견제·우려 발언 잇따라
‘대통령과 관계’가 최대 난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4.4.11 문재원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로 재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나서려면 총선 패배 책임론과 친윤석열(친윤)계의 반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3가지 허들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가장 난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을 “패배 의식이 짙고 무기력에 빠진 상황을 타개할 최적임자”로 평가했다. 그는 “당에 놓인 여러 문제를 극복하려면 결국 당내외 높은 지지도가 하나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긍정적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 책임을 압도할 만한 명분만 있다면 나오려 할 것”이라고도 했다. 조해진 의원은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전 위원장이) 총선 때는 구원투수로 출전했다가 패전처리투수로 끝냈는데, 이제는 선발투수, 주전투수로 나서야 한다”며 “당과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이 있다면, 틈새시장이 아니라 책임있는 자리에 도전해야 한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 취임 2년 기자회견이나 민정수석실 부활, 일방적 검찰 인사, 친윤 일색의 비대위 구성 등 총선 패배 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모습 때문에 “매일 1%씩 한 전 위원장 출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 나온다. 강경 일변도인 야당의 모습도 여당에서 한 위원장을 호출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2023.12.29 문재원 기자

지금까지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강하게 짓누른 건 총선 패배 책임론이었다.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바로 다시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6월 말에 나올 총선 백서에도 한 전 위원장 책임이 명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책임론에서 한 전 위원장을 구해주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의 이승환 서울 중랑을 조직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총선 패장이 전당대회 나가는 것이 맞냐는데, 이재명 대표가 선거(대선) 패배하고 보궐선거 나가고 당대표된 사례 보셨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처럼 더 큰 책임을 맡음으로써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조 의원의 ‘이번엔 선발 투수’ 주장도 비슷한 논리다. 조 의원은 SNS에 “한 전 위원장 입당 후 승기가 무르익었을 때 거기 찬물 끼얹고 참패를 자초한 동인이 무엇인지 당원이 알고 국민이 안다”고 적어 윤 대통령 책임이 큼을 시사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총선 백서에)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당대표(한 전 위원장)가 사퇴한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봉합하자”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실제 당대표로 나서면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면 친윤계가 비주류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반목하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한다고 우려한다. 한 친윤계 중진은 통화에서 “이제 정권 3년차인데 당정관계가 삐거덕대면 정권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에 맞서 나경원 당선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른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당권의 대세가 한 전 위원장으로 넘어가면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 끌어안기로 태세전환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친윤계의 공개 발언에서 최근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안된다는 불가론이 사라진 점이 그 근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천|성동훈 기자

가장 어려운 과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정치권에선 당대표 출마의 명분과 대선 가도를 위해 윤 대통령의 부하·아바타 이미지는 안되고,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대세다. 문제는 대립각을 작게 세우면 명분이 안 서고, 크게 세우면 강성 보수 지지층이 이탈한다는 딜레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오찬 제안을 거절하는 등 이미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정수석실 부활이나 검찰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을 비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등 중요한 현안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찍힌다. 20년간 상관이었던 윤 대통령과 관계에서 관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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