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단 가입, 설명은 나중에... 홍콩ELS `복붙서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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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가입 과정에서 은행이 가입서류를 엉터리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위험 상품은 먼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상품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투자정보 확인서는 ELS처럼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기 전, 고객에 대해 은행이 발급하는 필수 서류다.
2015년 8월에 가입할 당시 서류 작성 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었고, 투자성향 분석시간은 오후 12시 5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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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성향 분석 후 1분 만에 가입완료 “가입절차 수상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가입 과정에서 은행이 가입서류를 엉터리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위험 상품은 먼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상품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상품 가입 후 투자성향 분석이 이뤄졌다. 은행직원이 '권유 중단'이라고 표시했음에도 상품에 가입됐다. 이 과정에서 서류 여러 곳에 고객의 서명이 '복붙 삽입'(복사해 붙여넣기)된 증거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지난 14일 내놓은 1차 분쟁조정 판단을 원점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디지털타임스가 입수한 '홍콩H지수 ELS' 가입 관련 '일반투자자 투자정보 확인서' 등에 따르면 은행 직원이 작성한 투자정보 파악란에 추가 항목들이 임의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정보 확인서는 ELS처럼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기 전, 고객에 대해 은행이 발급하는 필수 서류다.
제보자 박 모(58) 씨는 "서울의 시중은행 한 지점에서 상품에 가입했고, 해당 지점에 요청해 서류를 받아봤더니 기재하지 않은 항목에 체크돼 있어 당황했다"며 가입서류를 허위조작 증거로 제시했다. 박 씨는 이 지점을 통해 2015년부터 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횟수는 2021년도에만 10회에 달했다. 매 상품마다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씩 가입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만기가 찾아온 상품은 모두 원금이 반토막 났다.
상품 가입할 때마다 투자정보 확인서는 제멋대로 작성됐다. 2015년 8월에 가입할 당시 서류 작성 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었고, 투자성향 분석시간은 오후 12시 55분이었다. 상품 가입을 먼저하고 투자성향을 분석한 셈이다. 심지어 투자정보 파악란에 체크된 사항도 없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작성된 서류들은 2016년에도 다시 사용됐다.
서류 작성도 엉터리였다. 2017년 7월에 가입한 상품에는 두 개의 색깔 볼펜이 사용됐다. 박 씨는 파란색 볼펜을 사용했는데, 또 다른 색깔의 볼펜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 작성된 투자정보 확인서에는 '상품 가입이 적합하지 않음(권유중단)'이라고 표시됐으나 계속된 가입 권유와 실제 가입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됐다. 이밖에도 박 씨의 나이가 19세 이하로 기재되거나, 박 씨가 은행을 간 적도 없는데 은행 문을 연 오전 9시 1분에 투자성향 분석에 참여한 것으로 작성돼 있기도 했다.
박 씨는 "실제 서명은 디지털 패드에 3차례 밖에 한 적이 없다"면서 "읽어보지 못한 관련 서류 여러 곳에 같은 서명이 기재된 것은 복붙해 돌려 쓴 것으로 밖에 볼 수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은행에 똑같은 서류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은행에서 새로 발급해준 투자정보 확인서와 결과표에는 아예 새로운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식 서류가 도입되면서 허위나 조작을 분간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육안으로 볼 때는 패드를 통해 일괄기명·서명을 한 필체가 설명서, 상품신청서, 투자정보확인서, 투지정보결과서 등 전체 서류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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