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육참골단’ ‘환골탈태’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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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술에 '이도류'라는 것이 있다.
칼 한 자루를 드는 통상의 검법과 달리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자유자재로 쓴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영어식 표현인 '투 웨이'는 물론 '니토오류'라는 일본식 발음 자체도 널리 쓰인다고 한다.
결연한 각오를 드러낸다면서 이 말을 인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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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검술에 ‘이도류’라는 것이 있다. 칼 한 자루를 드는 통상의 검법과 달리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자유자재로 쓴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두 가지 어려운 일을 능히 해낸다’는 뜻으로 확장돼 쓰이다 근자엔 미국까지 건너갔다. 하나를 잘하기도 어렵다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서도 메이저리그에서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 때문이다. 영어식 표현인 ‘투 웨이’는 물론 ‘니토오류’라는 일본식 발음 자체도 널리 쓰인다고 한다.
이도류의 창시자는 에도시대 일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라고 알려져 있다. 평생 진검 승부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그가 했다고도 하고 다른 사람이 했다고도 하는 일본 말 중에 ‘육참골단’이 있다. ‘(내) 살을 베도록 내어주고 (대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정도로 얼기설기 해석이 가능하지만, 한자 조어법에 맞지 않을뿐더러 거칠고 사나운 말이다.
그런데 유독 이 말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들이다. 2015년 5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한 뒤부터 널리 알려졌다.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가 먼저 꺼낸 표현을 그대로 받아 쓴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몇달 뒤 은근슬쩍 가져다 입에 올렸다. 그 뒤로는 부지기수다. 지난 4월 총선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결연한 각오를 드러낸다면서 이 말을 인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를 싸움으로 인식하는 의식구조의 반영으로 보이기도 한다.
‘환골탈태’도 정치권 단골 용어다. 직역하면 ‘뼈대를 바꿔 끼우고, 가두던 태반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정치인 개인이나 정당이 강한 쇄신 의지를 나타낼 때 레토릭으로 애용한다. 그러나 원래는 중국 송나라 시대 ‘강서시파’의 창작 경향을 비판적으로 다룬 글에서 왔다. “(원 시의) 본래 뜻을 바꾸지 않고 그 말을 지어내는 것을 ‘환골법’, 본래의 뜻을 잘 헤아려 표현하는 것을 ‘탈태법’이라고 부른다.”(혜홍, ‘냉재야화’)
강서시파의 비조인 황정견(황산곡)이 옛 시의 형식과 내용을 빌려 자신의 창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이렇게 정의했다고 하는데, 시승 혜홍의 눈엔 눈속임이나 일종의 표절로 보였던 모양이다. 정치권에는 이 말을 마술 주문처럼 외며 대중의 눈을 현혹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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