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RM은 영화처럼…뮤직비디오에 다시 스토리가 온다

남지은 기자 2024. 5. 15. 14: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영웅, 단편영화 공개 계획 두고 뮤직비디오 만들기도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가 화제다.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을 연출한 이성진 감독이 참여한 방탄소년단 알엠(RM)의 뮤직비디오는 단편영화 하이라이트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뮤직비디오 갈무리

방탄소년단(BTS) 알엠(RM)이 무표정하게 카메라를 응시한다. 옆에서 술, 담배를 권해도 흥미는 없다. 모두 뿌리치고 술집을 나서는 순간 삶의 단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오는 24일 알엠의 솔로 2집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 발매를 앞두고 지난 10일 공개된 타이틀곡 ‘컴 백 투 미’ 뮤직비디오 장면이다. 알엠은 입대 직전까지 촬영한 이 뮤직비디오에서 문을 통과할 때마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묵직한 색감이 더해져 한 편의 단편영화같다.

이 뮤직비디오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OTT)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비프)의 이성진 감독이 연출했다. 빅히트뮤직 쪽은 14일 한겨레에 “알엠이 그동안 관심 있게 봤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이 감독 쪽에 협업 제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감독은 “알엠과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갔다”고 했다. 알엠이 통과하는 문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거나 ‘성난 사람들’ 세계관을 공유하는 등 뮤직비디오에는 이야기가 쌓였다. 이 감독은 “문에서 나오는 세가지 빛은 ‘성난 사람들’ 최종화에서 사용한 색채”라고 설명했다.

알엠 뮤직비디오. 빅히트뮤직 제공

케이(K)트로트 대표주자도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들고나왔다. 임영웅은 싱글 ‘온기’의 뮤직비디오를 지난 5일 공개했다. 임영웅은 얼굴에 상처가 깊게 새겨진 채 지친 모습으로 한적한 도로를 질주한다. 누군가를 찾는 사연 가득한 얼굴로 폐허에서 총을 겨누기도 한다. 임영웅의 소속사인 물고기뮤직은 14일 한겨레에 “‘온기’ 뮤직비디오는 추후 원본을 단편영화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활용하곤 하는데, 단편영화로 공개할 계획을 두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임영웅의 ‘온기’ 뮤직비디오는 단편영화로도 공개한다. 뮤직비디오 갈무리
임영웅 뮤직비디오. 물고기뮤직 제공

1990~2000년대 유명 배우를 기용한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가 유행이었지만, 이후로는 아이돌그룹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가수가 직접 출연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유튜브 등으로 한국 음악이 전세계에 전파되면서 뮤직비디오는 칼군무를 알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팝 확산에 뮤직비디오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했다.

그랬던 뮤직비디오가 다시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유도 지난 1월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에서 방탄소년단 뷔와 함께 5분22초간 사연 있는 연인을 연기했다. 나훈아가 2022년 내놓은 ‘맞짱’ 뮤직비디오는 아예 도입부에서 ‘인간의 시간을 빼앗은 시마왕과 맞짱을 뜨려고 머나먼 길을 떠난다’는 개요를 자막으로 설명하며 판타지 무협 장르를 완성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뮤직비디오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투자를 하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그러면서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와 그 이상의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고기뮤직 쪽은 “여러 시도를 한다는 차원에서 뮤직비디오를 단편영화로 제작했고 이를 활용한 또 다른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만들고, 한곡을 여러 버전으로도 제작하면서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뉴진스가 두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던 ‘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어도어뮤직 제공

뮤직비디오에 들이는 돈도 치솟고 있다. 뮤직비디오 비용은 수년 전 수억원에서 이제는 10억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2022년 ‘톰보이’에는 2억5천만원이 들었지만 지난 1월 나온 ‘슈퍼 레이디’엔 11억원을 썼다. 이런 과 감한 투자가 뮤직비디오 ‘물량 공세’ 현상으로 이어진 측면도 크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이제는 타이틀곡만 아니라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한 곡을 여러 버전으로 제작하면서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스토리 있는 뮤직비디오의 인기를 끌어낸 뉴진스는 2022년 데뷔 앨범 전곡(4곡)에 이어 지난해 두번째 미니앨범에서도 수록곡(6곡) 전부를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트리플 타이틀곡 중 ‘쿨 위드 유’는 뉴진스의 퍼포먼스 버전과 함께 정호연과 량차오웨이(양조위)가 나오는 2편짜리 스토리 버전도 따로 제작했다. 뷔도 지난해 첫 솔로앨범에서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수록곡 5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또 다른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타이틀곡 위주로 활동하지만 앨범 수록곡을 모두 뮤직비디오로 공개하면 많은 곡이 한꺼번에 사랑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문화 전반에서 나타나는 서사를 강조하는 분위기와 메시지를 정확히 소통하려는 시대적 욕구도 반영됐다.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지난해 3집 미니앨범을 발표하면서 수록된 6곡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그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합친 형태를 보여주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뮤직비디오는 볼거리를 넘어 놀거리로 진화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담는 역할만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해 그 안에서 팬들이 해석하며 노는 공간으로 확장되는 등 퀄리티 있는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는데 과거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라고 풀이했다.

아이유 뮤직비디오 ‘러브 윈즈 올’.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나훈아 뮤직비디오 ‘맞짱’. 예아라 예소리 제공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