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 배후에 CIA” 주장한 시릴 웨트 박사 별세
“오스왈드는 CIA의 첩자일 뿐” 단언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의 진상을 60년 가까이 파헤친 것으로 유명한 의사 겸 변호사 시릴 웨트 박사가 93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인은 암살 배후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있다는 주장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케네디 암살의 진상을 둘러싼 의혹은 그의 사후 6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고인은 1931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대인 이민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피츠버그 대학교에 진학해 의학과 법학 두 분야에서 모두 학위를 땄다. 졸업 후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엘러게니 카운티에서 오랫동안 검시관으로 일했다. 고인의 전공 분야는 병리학이지만 법의학자로 널리 알려진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1963년 11월 케네디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리 하비 오스왈드라는 이름의 24세 청년이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런데 오스왈드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나는 희생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오스왈드는 체포 직후 재판을 받기 위해 이동하던 중 잭 루비(당시 52세)라는 남성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미 행정부는 케네디 암살 및 오스왈드 사망 등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얼 워런 당시 연방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꾸렸다. 워런 위원회는 이듬해인 1964년까지 조사를 벌인 뒤 “평소 미국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오스왈드가 단독으로 케네디를 암살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산했다.

워런 보고서 내용이 엉터리라는 고인의 지적은 할리우드에서도 화제가 됐다. 케네디 암살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점을 심도있게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1992)가 탄생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후 고인은 유명인의 별세 소식이나 유명인이 연루된 살인 사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방송 등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해 사인 등에 관한 나름의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1977년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고인은 “약물 과다 복용이 진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이 전처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에는 해설가로 출연해 경찰이 채취한 심슨의 혈액 샘플이 갖는 중요성에 관해 말했다. 2009년 가수 마이클 잭슨이 숨졌을 당시에도 방송에서 약물의 치명적 위험성을 주제로 떠들었다. 한때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발판으로 선거에 출마해 정치인이 되려는 시도도 했으나 이는 실패로 끝났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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