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스페인 토착품종 “가성비 좋아요”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2024. 5. 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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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와인 랩소디<19>

왼쪽부터 루이스 카나스,니냐스 비에하스 블랑코(비우라), 토레스 셀레스테 크리안자(템프라니요), 보데가스 볼베르 타리마 힐(모나스트렐).


이 세상 포도는 식용과 양조용 두 종류로 구분된다. 식용은 알맹이가 크고 껍질이 얇은 것이 특징. 단맛과 신맛이 적당해 먹기에 좋다. 국내에서도 많이 재배되는 캠벨 등 미국 종이 대부분 식용이다. 특이한 점은 식용 포도를 숙성시키면 맛이 변해 와인보다는 포도주스에 적당하다.

반면 양조용은 포도알 크기가 작고 껍질은 두껍다. 산도와 당도가 식용보다 훨씬 높아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 유럽 종이 주류인 양조용은 다시 토착품종과 국제품종으로 나뉜다.
먼저 토착품종을 살펴보자. 기후나 토양 등 해당 지역 특색을 고스란히 반영한 경우다. 와인 한 잔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황금 언덕 풍광이나 스페인 라만차의 거친 들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제품종 정의는 좀 애매하다. 공식적인 규정이나 등록범위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적으로 많이 재배되고 인지도 높은 품종’이라는 정도. 국제품종이란 명칭은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 책임편집의 ‘옥스퍼드 컴패니언 투 와인(The Oxford Companion to Wine)’에서 처음 사용됐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본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샤르도네 등 국제품종을 소개해 왔다. 이제부터는 전설처럼 신비 가득한 토착품종을 알아본다. 와인 역사가 아주 긴 구세계 국가들에는 수천 년 동안 지역 환경을 잘 극복하고 살아남은 수백 종류의 토착품종이 있다.

투우와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의 토착품종은 400종이 넘는다. 그중 20여 종만이 포도주 생산에 사용되는데, 대표선수로는 단연 ‘템프라니요’다. 주요 생산지는 북부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 온화한 기후와 석회질 토양은 와인의 미네랄리티(미네랄에서 오는 질감이나 풍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생종인 이 품종은 기후나 토양에 따라 맛과 향도 크게 갈린다. 즉 서늘한 곳에서는 피노 누아처럼 섬세하지만 온화한 기후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버금가는 짙은 농도를 보인다. 블렌딩용으로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 템프라니요 100%로 만든 와인도 많다. 재배면적은 세계 4위에 달할 정도로 넓다.

추천 와인은 ‘토레스, 셀레스테 크리안자’. 고기와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템프라니요를 100% 사용했다. 초반부터 코코넛 파우더 향을 잡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두와 허브, 강렬한 블랙베리 향이 올라온다. “긴 여운 또한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수입사 신동와인의 설명이다.

다음은 알리칸테 등 중남부 지역이 주 생산지인 ‘모나스트렐’(프랑스 표기는 무베드르)도 잘 알려진 스페인 토착품종이다. 덥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며 당도가 매우 높다. 숙성되면 검은 과일과 짙은 가죽 향이 특징.

가성비 좋은 알리칸테 와인으로 ‘보데가스 볼베르, 타리마 힐’을 꼽을 수 있다. 이 와인은 해발 700m 산악지대, 순종 모나스트렐 원뿌리에서 생산된 포도로만 만들었다.

첫 모금부터 상쾌하다. 검은 과실 향 때문이다. 좀 더 집중하면 동물 가죽 향도 쉽게 잡힌다. 부드러운 산미와 달콤한 향을 혀끝에서 만끽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15도. 와인 치고는 꽤 높다. 수입사는 동원와인플러스.

끝으로 리오하 지역 주요 화이트 와인 토착품종인 ‘비우라’. 깔끔한 꽃 향과 감귤 풍미, 부드러운 산도가 특징이다. 카탈루냐에서는 ‘마카베로’로 부르는데 생산성이 높아 농부들이 좋아하는 품종이다.

국내에서는 ‘루이스 카냐스, 비냐스 비에하스 블랑코’가 인기다. 비우라 90% 외 말바시아 10%를 섞어 만들었다. 오크통에서 5개월 숙성. 잘 익은 사과나 레몬그라스, 정향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모과와 살구 향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수입사 크리스탈와인의 설명. 아쉽게도 필자는 오래 기다리지 못했다.

루이스 까냐스, 비냐스 비에하스 블랑코(비우라)


보데가스 볼베르, 타리마 힐(모나스트렐)


토레스, 셀레스테 크리안자(템프라니요)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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