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단독 선두, 타격감 살아난 강백호를 살린 건 자신감 그리고 포수 마스크에 더해진 책임감
지난 1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강철 KT 감독은 강백호 이야기가 나오자 화색이 돌았다.
이강철 감독은 올시즌 강백호의 활약에 대해 “원래 잘 치던 선수인데 멘털쪽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자신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서울고를 졸업한 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에 데뷔한 강백호는 프로 무대에 입문할 때부터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그러나 최근 2시즌 동안 부진했다. 2022시즌 62경기 타율 0.245, 지난 시즌에는 71경기 타율 0.265 등을 기록하며 성적은 물론 출장 경기 수도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며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14일 현재 타율 0.348로 리그 4위에 해당한다. 장타도 살아났다. 13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 1위다.
이 감독은 “직구를 일단 쳐야 타자가 변화구도 칠 수 있다. 그런데 그전에는 직구 타이밍을 잘 못 잡았다”며 “지금은 잘 치더라”고 했다. 이어 “백호가 아웃카운트가 유리할 때에도 아웃되고 그랬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참아내면서 여유가 있더라. 변화구도 콘택트 능력이 많이 좋아졌고 예뻐 죽겠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강백호도 이 말에 동의했다. 그는 “항상 어디든 아팠었는데 올해는 아프지도 않다보니까 자신있게 나왔던 것들이 좋은 기억으로 연결되서 선순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격파트에서 너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시즌 전부터 코칭스태프께서 ‘부담 갖지 말고 경기만 다 나가면 페이스 찾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좋게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주전 포수 장성우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강백호는 “스프링캠프 때 피드백을 해준 게 도움이 됐다. 어떤 말을 해주셨는지는 비밀이지만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책임감이 더해졌다. 강백호는 프로 입단 후 주로 수비 포지션은 외야수, 1루수를 소화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팀 사정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강백호는 고교 시절 포수를 병행하기도 했고 올시즌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으로 프레이밍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기에 타이밍도 잘 맞았다.
강백호에게도 심리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다. 포수는 팀을 아우르는 포지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는 “배울 것도 너무 많고 투수들과 해야될 것도 많다”라며 “혼자만 잘 해서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커졌다. 주변에서 많이 알려주시고 있고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하셔서 좀 더 긍정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자신만 잘 하면 되는 포지션에서 수비를 소화했다. 그는 “외야수나 1루는 나만 잘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포수는 투수 생각도 해야하고 팀도 생각해야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야에 있을 때보다는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앉아 있을 때는 힘들기는 하지만 몸이 힘든게 더 낫다”라고 밝혔다. 이 말을 하는 강백호의 표정은 훨씬 더 홀가분해 보였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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