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밸류업' 한 달 성적표 열어보니…"과거와 다르다" 경고도

박수현 기자 2024. 5.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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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최근 한달간 중국 증시 주요 지수 상승률.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중국 증시에 봄이 왔다. 중국 정부가 10년 만에 '중국판 밸류업'으로 불리는 신국9조(新國九條)를 내놓으며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서다. 국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놨던 2004년, 2014년 이후로 기록적인 강세장이 연출됐던 만큼 중국 증시에는 또 한 번의 상승장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모여들었다.

최근 한달간 중국 증시 주요 지수는 나란히 상승했다. 지난 14일 홍콩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18.34포인트(0.10%) 내린 1만9096.72에 마감했다. 홍콩항셍지수는 신국9조가 발표된 이후인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승, 2018년 이후 최장 상승 랠리를 기록했다. 한달간 지수 상승률은 15%대에 이른다.

같은 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25포인트(0.07%) 내린 3145.77에 거래를 마쳤다. 선전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6.21포인트(0.35%) 오른 1773.00에 마감했다. 한달간 상하이지수는 2%대, 선전지수는 3%대 올랐다. 홍콩과 선전의 지수 상승률은 같은 기간 나스닥, 닛케이225,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중국 증시 강세의 배경에는 신국9조가 있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12일 향후 10년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자본시장 고품질 발전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인 신국9조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여하고 배당률이 높은 우량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무원은 2004년, 2014년에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국9조'를 내놨다. 혁신과 발전, 개방을 강조했던 지난 정책과 다르게 신국9조는 주주환원정책과 감독과 위험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자본시장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주주환원에 나서지 않는 상장사를 최대 상장폐지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정책과는 차별화된다.

명확한 페널티와 인센티브에 기업들은 즉각 변화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길림고속은 신국9조가 발표된 이후인 지난달 18일 10주당 0.9위안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같은 달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금 배당 지급 계획이 없다고 공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증권가에서는 2004년, 2014년 발표됐던 '국9조'가 시장의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듯 신국9조도 구조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2006~2007년 강세장을 겪으며 6124포인트로 정점을 찍었고, 2014~2015년에도 상승장을 겪으면서 5178포인트에 도달했다.

양더룽 첸하이카이위안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큰 강세장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구조적인 강세장은 만들어질 수 있다"라며 "신국9조의 도입으로 실적이 좋은 기업이나 배당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우량기업은 주목받고 나쁜 기업은 퇴출당하면서 증시의 구조적 차별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봤다.

정책 주도의 증시 랠리에 한계가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과거 국9조가 발표되면서 강세장이 연출되기는 했지만 당시와 지금의 대내외적 상황이 크게 달라서다. 세계은행(WB)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04년 10.1%, 2014년 7.4%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5.3%(중국 국가통계국 기준)에 그쳤다.

중국 궈롱증권의 안칭량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전환기에 접어들었고 산업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년간 역세계화 물결이 불었고 중국 첨단산업 등은 다양한 제재에 직면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국제 정세도 크게 악화됐다. 이처럼 대내외적 상황이 과거만큼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국9조가 자본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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