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소요 사태란 말 나오는 41년 K리그 역사 최악의 사건” 그라운드 위 ‘명백한 범죄’ 행위, 소수의 무법자가 죄 없는 피해자를 양산한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5. 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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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프런트에 비상이 걸렸다. 퇴근이 사라졌다. 모든 구성원이 밤을 지새우며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5월 11일 FC 서울과의 홈경기 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날 경기는 서울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 후 벌어졌다.

서울 백종범이 인천 서포터스석을 향해 포효하자 인천 팬들이 그라운드 안으로 물병을 대거 투척했다. 양 팀 선수들이 빠르게 서포터스석을 향해 달려와 팬들을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주장 기성용이 인천 팬이 던진 물병에 급소를 맞고 쓰러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이날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날아든 물병만 약 80개로 알려진다.

사진=구글 Bing AI
사진=인천유나이티드 공식 SNS
사진=인천유나이티드 공식 SNS
인천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인천은 13일 ‘2024시즌 구단 홈경기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인천은 홈에서 펼쳐지는 25일 광주 FC전, 29일 울산 HD FC전 모두 서포터스석 5,000석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인천의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구장의 전체 관중석은 18,159석이다.

인천 전달수 대표는 “우리 구단은 모든 팬이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순식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팬과 선수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이어 “K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팬과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우린 물병 투척과 관련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런 사고가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은 물품 반입 규정을 강화한다. 경기장 입장 시 보안 검색을 철저히 하고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모든 응원 물품은 반입을 전면 금지한다. 경기장 내 이와 같은 물품이 발견되면 즉시 철거하거나 압수할 방침이다.

인천은 19일까지 구단 이메일을 통해 물병 투척자에 대한 자진 신고도 받는다. 해당 팬들에겐 구단의 자체 징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14일 기준 약 75명의 팬이 자진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천 관계자는 “대표이사님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우리가 잘못한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다칠 수 있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모든 구성원이 ‘이와 같은 일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물병을 투척한 이들의 반성과 제재는 당연한 일이다. 구단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필수다. 구단은 이번 사건이 잘못된 일이란 걸 축구계에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병을 투척한 인원을 색출해 징계를 주는 것 이상으로의 조치가 필요하다.” 인천 관계자의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팬이 선수에게 가해를 가한 건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이번이 최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팬이 선수에게 가해를 가한 최초의 사례가 맞다”면서 “2년 전 대구 FC와 인천의 경기에서 주심이 대구 팬이 던진 물병에 입술을 맞은 사례는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엔 대구에 1천만 원의 벌금이 주어졌다”고 했다.

팬이 선수에게 물병을 던져 상해를 입힌 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다.

법무법인 지암 김선웅 변호사는 “특수폭행죄에 해당될 수 있는 사건”이라며 “물이 가득 들어찬 물병은 정말 위험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특히나 관중석은 그라운드 보다 높은 곳에 있다. 높은 곳에서 선수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물건을 던졌다. 형법 제261조 특수폭행에 관한 법률을 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261조(특수폭행)를 보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60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1항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 변호사는 “기성용은 물병을 던진 팬을 고소할 수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의 피해자”라며 “형법 제258조 특수상해의 적용을 받는다면 1~10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제257조 상해, 존속상해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축구전용구장 서포터스석.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분노를 표출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이 사안은 너무 심각하다”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안전하게 축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어 “이번 일을 면밀히 조사하고 연맹에 처벌을 요구한 상태다. 선수협도 재발 방지를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맹은 물론 K리그 모든 구단과 선수들의 안전 보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법적 대응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선수협은 선을 넘은 관중 폭력에 관해 선수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김 총장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그라운드 위 폭력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직장인이 일터에서 폭력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기성용은 그 물병에 급소를 맞았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K리그 구단들도 이와 같은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다. 복수의 K리그 관계자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지금부턴 연맹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은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서포터스석 폐쇄, 물병 투척자에 대한 자진신고 등으로 반성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연맹은 K리그 운영을 도맡는 기구다. 연맹 상벌위원회가 무엇이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결정인지 심도있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리그 역사에서 이토록 많은 물병이 날아든 적은 없었다. 41년 역사에서 관중이 던진 물병에 선수가 맞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발생했다. 연맹 상벌위원회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K리그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런데 축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축구계는 연맹 상벌위원회가 이전 사례를 앞세워 ‘벌금’만으로 징계를 끝낼 경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2022년 9월 24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 FC와 김포 FC의 K리그2 41라운드 종료 후 비슷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김포 이상욱은 경기 종료 후 부천 서포터스석을 향해 박수를 치는 등의 액션을 취했다. 그러자 부천 서포터스는 그라운드로 물병을 투척했다. 수십 개의 물병이 날아든 건 아니었다. 선수가 물병에 맞는 일도 없었다.

당시 연맹 상벌위원회는 이상욱과 부천 구단 모두에 징계를 내렸다. 이상욱에겐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 행위, 부천엔 경기장 내 질서 유지 미흡을 이유로 각각 25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당시 연맹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의문을 표한 이가 상당했다. 이상욱의 행위가 징계를 받을만한 일인가 하는 것이었다. 설령 징계를 받는다고 해도 물병을 던진 행위와 똑같은 징계를 받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의 목소리가 컸다.

K리그 포함 세계 주요 리그의 라이벌전만 봐도 선수가 경기 후 서포터스를 도발하는 행위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심지어 승리한 팀의 선수가 상대팀 벤치 앞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등의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한들 폭력은 세계 어디서든 정당화 될 수 없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는 “상대를 과하게 자극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도발은 승부의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K리그를 향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물질을 집어 던져도 몇백만 원만 내면 끝’이란 선례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연맹은 5월 16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한다.

그라운드에서 K리그 규정 위반이자 명백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다.

소수의 무법자가 기성용에게 위해를 가했다. 그들의 위법 행위는 그들이 사랑하는 인천 구단, 서울, 연맹, 그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팬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뒷수습은 축구를 사랑하고, 현장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근로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와 같은 행위가 얼마나 큰 잘못이고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인지 선례를 남길 필요가 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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