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 감독, 변요한·신혜선과 와인 마시다 생긴 일 [인터뷰]

정한별 2024. 5. 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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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한 '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감독, 변요한·신혜선 연기력 칭찬
"시나리오보다 영상이 좋아"
김세휘 감독이 '그녀가 죽었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텐츠지오 제공

밝은 대낮, 세상 빛을 보기 한참 전의 영화를 보기 위해 세 사람이 모였다. 김세휘 감독과 배우 변요한 신혜선이었다. '그녀가 죽었다'를 이끈 변요한 신혜선은 자신의 연기를 보며 민망한 마음에 와인을 연신 들이켰다. 이때의 기억은 김 감독의 소중한 추억 중 하나다. 세 사람의 호흡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김세휘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그녀가 죽었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작품은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변요한이 구정태를, 신혜선이 한소라를 연기했다.


'그녀가 죽었다'의 시작

김세휘 감독이 '그녀가 죽었다'의 시작을 떠올렸다. 콘텐츠지오 제공

'그녀가 죽었다'는 김세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임시 보호하던 새끼 고양이'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주인(관객)을 만난 거니까 좋아해 주고 행복해 해줘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이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개봉이 밀리면서 제가 혼자 남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남들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과거에 덩그러니 있는 거죠. 그런데 친구들이 다시 '놀자'고 하면서 과거로 온 거예요. 저도 작품 공개 후에는 과거에 남아 있지 않고 또 앞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 감독의 작품은 파격적인 주인공들을 내세웠다. 구정태는 훔쳐보기가 취미이고 한소라는 관종이다. 극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신선하다. 김 감독은 '어떤 사람이 시체를 발견했는데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작품 속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이 본인이 잘못한 일이 있어 신고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정상적인 인물들에게 선이 없으면 (관객들이) 이입이 아닌 경멸만 하게 된다. 자기 나름대로 선을 만들어 넘지 않는, 스스로는 합리화가 가능한 사람으로 등장인물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뛰어넘는 결과물 만들어낸 변요한·신혜선

김세휘 감독이 변요한 신혜선을 언급했다. 콘텐츠지오 제공

변요한과 신혜선은 맡은 역할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냈다. 김 감독은 두 배우들이 시나리오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믿는다. 그는 "내가 쓰면서 기대했던 정도가 있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그걸 다 깨부쉈다"면서 "단언컨대 시나리오보다 영상이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혜선 배우는 정석적인 느낌입니다. 대본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폭발적인 걸 끌어올리는 스타일이죠. 변요한 배우는 더 동물적이고요.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데 그 부분이 좋아요. 두 분의 시너지가 정말 좋았습니다."

김 감독은 변요한의 모습에서 '찌질한 쌍꺼풀'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궁지에 몰릴 때 올라오는 쌍꺼풀이 있다. 구정태 같아서 행복하더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한소라가 다른 사람의 명품백을 몰래 들고 자신의 것인 척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는 신혜선의 가증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김 감독은 이 장면과 관련해 "자기 차, 오토바이가 아닌데도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남자들이 있지 않나. 여자 버전으로 하면 (한소라 같은)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세휘 감독의 목표

김세휘 감독이 목표를 밝혔다. 콘텐츠지오 제공

김 감독은 변요한 신혜선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신혜선 배우가 술을 잘 마시긴 한다. 나도, 변요한 배우도 주량도 비슷하고 잘 마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1차 편집인지 2차 편집인지를 끝내고 배우들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러면 우리끼리 사무실에서 와인이라도 한 잔 하면서 보자' 했다. 그런데 두 분 다 (와인이) 나오자마자 술을 너무 들이켜시더라. (영화를) 보면서 민망했던 것 같다. 밝은 대낮이었다. 홀짝홀짝 먹으려고 가져왔는데 두 분 다 들이키셨던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이 학창 시절 겪었던 일이 아니라면 변요한 신혜선의 케미스트리가 담긴 지금의 '그녀가 죽었다'도 없었을지 모른다. 김 감독은 중학생 시절 단막극 공모전에 출품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의 작품을 '엉망진창'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당시의 과정이 재밌었고 '난 글을 써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그녀가 죽었다'를 당당하게 선보이게 된 김 감독의 현재 목표는 '재밌는 얘기를 계속 만드는 사람'이다. "글을 쓰든 어떤 형태의 이야기를 하든 첫 번째 목표는 재미죠. 상업 작품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져가고 싶은 목표입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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