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태양전지의 위기](하) 정부 관심 밖으로 밀려…"재도약 기회 아직 있어"

박정연 기자 2024. 5.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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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지원이 축소되는 것은 과학기술계에서 으레 있는 일이지만 어렵게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한 차세대 태양전지 분야가 이대로 존재감을 잃는 것에 대해 과학계는 "너무나 아깝다"고 말했다.

국내 한 연구자는 "얼마 전 만난 일본 연구자에 따르면 일본 총리가 직접 '실리콘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고 한다"며 "이웃 나라에선 정부수반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집중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한국 상황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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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태양전지 패널이 늘어서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지원이 축소되는 것은 과학기술계에서 으레 있는 일이지만 어렵게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한 차세대 태양전지 분야가 이대로 존재감을 잃는 것에 대해 과학계는 "너무나 아깝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선도국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태양전지 연구자들은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한국도 더 늦기 전에 투자를 강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4월 태양전지 연구개발에 8200만달러(약 1122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1800만달러(246억3300만원)는 메사추세츠공대(MIT)와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투자해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를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 기술에 1500만달러(약 205억2750만원)를 투자하는 '페퍼로니(PEPPERONI)'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독일헬름홀츠연구회와 국내 태양광기업인 한화큐셀이 이 프로그램의 투자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태양전지 분야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향후 막대한 시장가치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전지 설치 용량은 2030년 10조와트(W·1초 동안에 소비하는 전력 에너지)에 이른다. 원자력발전소로 치면 1만 기의 발전소가 동시에 생산하는 전력에 해당한다. 태양전지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의 2022년 태양광 발전 관련 수출액은 67조원에 달했다.

한국의 태양전지 연구개발 투자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가전략기술은 정부가 투자를 집중할지 선정하는 기준이 된다.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이 삭감될 때도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다른 연구분야에 비해 삭감폭이 적거나 투자가 확대됐다.

국내 한 연구자는 "얼마 전 만난 일본 연구자에 따르면 일본 총리가 직접 '실리콘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며 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고 한다"며 "이웃 나라에선 정부수반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집중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한국 상황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태양전지가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연구계 자체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김진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관심이 줄어들면 산업계와 연구계의 관심도 저하될 수밖에 없고 결국 양질의 인재들이 연구계에 유입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과학기술이 달라지면서 투자에도 진폭이 있을 수 있지만 초격차를 유지하던 기술 분야가 우위를 잃는 상황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탠덤 태양전지가 기술발전의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안세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 책임연구원은 "탠덤 태양전지가 연구계에선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선 아직 한국이 최고 수준의 기록을 내고 있다"며 재도약에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 탠덤 태양전지 시제품에선 한화큐셀이 20% 후반대의 광전 전환 효율을 기록하는 등 한국이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전지 분야 내에서도 향후 기술경쟁이 격화될 분야도 많다. 안 연구원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는 박막 태양전지나 태양전지를 건물에 부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한 다기능성 연구 등 기술 선도국이 되기 위한 경쟁은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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