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인생] 보수 2억 선수로 성장한 배병준

이재범 2024. 5. 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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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두 번째는 지난해 자유계약 선수(FA) 시장에서 보수 2억 원에 계약한 배병준(188cm, G)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12-2013시즌 10월 드래프트 15순위
다른 선수들은 나름 자기가 몇 순위에 어느 팀에 뽑힐 건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주위에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1라운드 후반에는 뽑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강력했지만, 경희대에서 공헌한 게 적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내 기량을 보여줬다고 여겼다. 동기들과 경쟁에서 많이 뒤처지지 않는다며 기대를 했다. 1라운드 순번이 끝나고 2라운드 4순위까지 안 뽑혔다. 이거 안 뽑힐 수 있겠다는 겁이 났다. 뽑힌 선수들이 하는 말이 뽑아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하는데 나도 그랬다. 가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대학으로 돌아가면 지금도 하는 생각인데 왜 (최부영) 감독님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못 했을까? 슛 하나를 놓치는 게 너무 무서웠다. 높은 성공률을 바라셨고, 그걸 보여주기를 원하셨다. 후배들도 쟁쟁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은 눈치를 봤다. 지금 돌아가면 민구나 경민이처럼 자신있게 하고, 혼내면 혼나는 대로, 칭찬 받으면 칭찬 받는 대로 했을 거다. 그런 게 후회된다.

독하게 훈련했던 LG 시절
혼자서만 개인운동을 많이 했는데 정작 필요한 운동을 안 했다. (약점이었던) 피지컬을 키우거나 내 플레이가 잘 될 수 있게 하는 연습이 필요했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 제일 큰 거는 경쟁에서 밀렸다. 양우섭 형, 정창영 형, 박래훈 형, 조상열 형, 유병훈이 있었는데 문태종 형까지 왔다. 팀은 너무 좋았지만, 나는 힘들었다. 어린 선수라서 기회가 있겠지 하면서 버텼다.

당시 필요했던 훈련
지금 3점슛도 많이 던지지만, 그게 안 되었을 때 돌파나 드리블 점퍼를 하려고 많이 연습한다. 그 때 이걸 깨우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LG 시절) 김진 감독님께서 지금 김상식 감독님처럼 모션오펜스와 선수들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농구를 하셨다. 필리핀 전지훈련을 가서 우리끼리 스크리미지를 했다. 한 패턴을 하다가 역이용해서 성공했다. 그 때 김진 감독님께서 엄청 칭찬을 해주셨다. 이렇게 패턴을 끝까지 안 가더라도 상황상황에 맞게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우치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김승기 감독과 인연
많이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때 이효상 선생님과 함께 또 다른 은사님이다. KGC에서는 내 또래 말고는 나를 아는 선수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오자마자 저에게 너무 기회를 주시고 예쁘게 봐주셔서 ‘쟤 뭐야’ 했을 거다. 그 정도로 많이 챙겨 주셨다. 어떻게 보면 그 때 당시 내 그릇이 그 정도였다. 많은 기회를 줬지만, 내가 이겨내지 못한 게 컸다. 여러 가지로, 경기나,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의 활약 토대 마련한 SK 이적
내가 해야 했던, 필요로 했던 농구를 깨달은 게 SK 시절이다. SK 선수들을 만나서 나에게 필요한 농구를 했다. 그러면서 나만의 농구의 눈을 떴다. 캐치앤슛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2대2도 하고, 미드레인지 공격도 하고, 이런 게 나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노력도 노력인데 ‘무조건 야간운동을 해야 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최준용을 만나면서 훈련 시간 할애 방법을 배웠다. 무조건 야간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오후 훈련 1시간이나 1시간 30분 전에 나와서 슈팅 훈련이나, 드리블 점퍼 등을 연습하고, 야간에는 온전히 휴식이나 개인 생활을 보내는 시간 활용 방법을 배웠다.

당시 훈련 방법
훈련 방법의 효율이었다. 어떻게 훈련을 했냐 하면 미드레인지와 드리블 점퍼, 슈팅 훈련을 하고 나면 팀 훈련하기 전까지 20~30분이 남는다. 그 시간에 훈련한 선수들과 1대1을 한다. 훈련한 거나 기존에 익힌 기술을 써보면서 엄청 피터지게 1대1을 했다. 그러면서 이거는 경기 중에도 통하겠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걸 모르고 개인운동을 할 때는 주구장창 3점슛 라인 밖에서 캐치앤슛, 선수들끼리 볼 잡아주면서 슛, 아니면 막연한 인터벌 슛이었다. 1대1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된다. 이런 걸 우리 후배들에게도 말해준다. 팀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볼은 하나이고 내가 공격을 시도해야 한다면 1대1 상황이 많이 나온다며 1대1을 강조한다.

김승기 감독이 보수 2억 받는 선수로 만들겠다고 장담
김승기 감독님께 오히려 죄송하다. 제자일 때 그렇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한다. LG에서 군대 다녀온 뒤 복귀했을 때 정준원 형, 정인덕과 매일 남아서 운동을 했다. 그 때 인덕이에게 아직 시간이 많고, 기회가 온다며 우리끼리 준비를 잘 하고 있자고 이야기를 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당연히 지금의 하윤기, 이정현 등 재능있는 친구들은 그런 걱정이 없겠지만, 그게 아닌 선수들, 관심을 못 받는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한다. 버티면서 잘 견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조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경쟁자가 더 생기기 때문이다(웃음). 그런데 해주자면 MZ세대, MZ세대 그런다. 사람들 눈치를 안 보고, 하고 싶은 말 다한다. 너무 선배라고, 너무 잘 한다고 눈치를 보는 것보다 어느 선에서 이거는 내 생각이 맞아, 이거는 맞는 거라서 해야 하는 거라면서 그렇게 훈련을 하고, 플레이를 하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선배든, 후배든 잡아먹으려고 해야 경쟁에서 버티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BONUS ONE SHOT
매번 바뀌는 등번호

2012-2013시즌 창원 LG에서 데뷔한 배병준은 2018-2019시즌 안양 KGC, 2020~2021시즌 서울 SK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정관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배병준은 대부분 시즌마다 등번호를 바꾸는 편이다. 지금까지 등번호 8-24-30-9-9-24-23-1-23을 달았다.
배병준은 “많은 선배들을 보면서 영구결번이나 프랜차이즈 선수를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등번호가 바뀌니까 욕심 없이 매번 바꾸면서 해보는 것도 기념이라고 생각했다”고 등번호를 자주 바꾸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는 SK 시절 달았던 23번으로 돌아왔다. 배병준은 “SK에 있을 때 나이키의 후원을 받아 조던 브랜드도 받을 수 있었다. 암슬리브, 타이즈, 양말 등 색깔을 맞추는 것도 개성인데 등번호 23번이 조던 브랜드와 맞았다”며 “지난 시즌 1번을 하고 싶었는데 이우정의 번호였다. 양해를 구하고 1번을 썼는데 우정이가 1번에 미련이 있어 보여 시즌 내내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이번 시즌 우정이에게 1번을 돌려주고 다시 23번을 단다”고 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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