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칭송 비유로 시작… 이미지정치로 발전 [심층기획-선대 지우기 나선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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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한별, 샛별, 광명성, 은하.'
그는 "북한의 태양 상징은 김일성 생전에는 태양신으로까지 묘사한 것은 발견되지 않고 종교적 의미도 없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서 '밝게 비춘다', '일본제국주의라는 어둠을 몰아내고 해방이란 빛을 줬다', '빛을 비춰 이끌어 주고 인도하는 존재'란 의미를 내포한 정도였으나 김일성 사망 3년 후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명명하고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지정하는 '주체 연호'까지 제정했다"며 "성서와 비견될 우상화를 했고 정치적 성격을 뛰어넘어 종교적 성격까지 작동하게 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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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야 소설 ‘우리의 태양’에서 첫 등장
‘태양’ 표현 굳어지자 별·은하 등도 쓰여
김정일 ‘광명성’·김정은 ‘샛별장군’ 불려
‘태양, 한별, 샛별, 광명성, 은하….’
김일성은 이름부터 ‘태양’이 이미 들어 있다. 1912년 출생 당시 본명은 김성주(金成柱)로 이룰 ‘성’, 기둥 ‘주’를 써 나라의 기둥이 되란 의미였으나 유격대 활동을 하던 1930년대쯤, 별과 같은 지도자가 되라는 뜻으로 ‘한별 장군’이란 별명이 생겼다. 이 ‘한별’이 김일성(金一星)이 됐다. 다시 별보단 태양 같은 지도자가 되라며 날 ‘일’, 이룰 ‘성’을 써 김일성(金日成)이 됐다는 게 북한 문헌들이 설명하는 역사다.
정교진 SPN 북한분석실장의 논문 ‘북한최고통치자의 상징 ‘태양’의 성격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46년 소설가 한설야가 쓴 ‘우리의 태양’이 김일성을 태양으로 묘사한 첫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김일성 관련 문학작품들인 ‘햇볕에서 살리라’, ‘3천만의 태양’ 등에서도 태양이 은유적으로 쓰였다. 1958년 1월1일 노동신문에서 김일성을 은유하며 쓴 ‘새해 태양이 솟는다’는 구절, 1969년 김일성이 태어난 만경대 집 사진에 쓰인 ‘인민의 태양이 솟은 혁명의 요람’ 등 당 기관지나 주요 정치·역사 출판물에서 ‘태양’ 사용이 본격화됐다. 1970년대에는 ‘김일성=태양’으로 통용될 만큼 이미지가 정형화되고 상징성이 생겼다.
태양이 최고지도자를 상징하는 말로 굳어지자 별, 은하 등도 등장했다. 김정일은 ‘환하게 빛나는 별’이란 뜻의 ‘광명성’으로 비유되고 김정일 생일도 ‘광명성절(Day of the Bright Star)’이 됐다. 김정은도 어린 시절 ‘샛별장군’으로 불렸고, 후계자 내정설이 나오고 있는 김정은의 10대 딸 김주애가 최근 북한 내부에서 ‘조선의 샛별 여장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 인용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 모두 나중엔 ‘태양’이 됐거나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사후인 1994년 노동신문은 김정일을 향해 ‘태양의 위업을 이어받은’, ‘우리의 태양 김정일 장군님’ 등을 사용했다. 2003년에는 ‘선군태양’이라는 김정일만의 태양 비유까지 쓰였다. 김정은도 2011년 노동신문에 ‘21세기의 태양’으로 등장한 이래 ‘세계의 태양’ 등으로 변주됐다.
정 실장은 14일 “역사적으로 태양 상징을 가진 대표적 인물들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과 근대 프랑스 루이 14세 등으로, 이들은 스스로를 태양신의 대리인이나 태양신이 현신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태양 상징은 김일성 생전에는 태양신으로까지 묘사한 것은 발견되지 않고 종교적 의미도 없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서 ‘밝게 비춘다’, ‘일본제국주의라는 어둠을 몰아내고 해방이란 빛을 줬다’, ‘빛을 비춰 이끌어 주고 인도하는 존재’란 의미를 내포한 정도였으나 김일성 사망 3년 후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명명하고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지정하는 ‘주체 연호’까지 제정했다”며 “성서와 비견될 우상화를 했고 정치적 성격을 뛰어넘어 종교적 성격까지 작동하게 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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