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같이 처마 같이… 모두에게 열린 ‘친절한 출입구’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자연·육면체 기하학 이루는 대조 강렬
우여곡절 속 ‘소통의 장소’ 개념 유지해
(34) ‘공중 부양’ 서울대 미술관
대지 위에 떠 있는 듯 외팔보 구조 선택
양팔 벌리고 캠퍼스에 서 있는 거인처럼
관악산 능선 덮고 있는 지붕 모습 인상적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됐다. 국내 진출 소식을 알린 건축가 중 몇몇은 조감도나 모형이 공개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뉴욕타임스나 가디언과 같은 외신들이 “현대 건축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세계를 바꾼 건축가”, “규범에 도전하는 건축가”로 평가한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축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선다는 소식은 건축계를 넘어 문화계 전반을 흔들어 놓았다. 중립성보다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복잡성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렘 콜하스가 하나의 상징으로 설명하기 힘든 혼성의 서울을 어떻게 해석해서 어떤 건축물을 설계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설계안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 개념은 서울대 미술관이 순수한 학문의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상호 소통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관악산 북사면 자락의 움푹 들어간 곳에 있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나마 주변 도시와 연결되는 지점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는 2∼3개의 출입구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렘 콜하스의 전략은 캠퍼스 내 수많은 건물과는 분명 달랐다. 소통의 장소라는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설계자는 캠퍼스 안팎을 연결하는 보행 동선이 미술관 영역을 지나가도록 했다.
서울대의 ‘샤’ 정문을 드나드는 2년간 미술관이 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여름, 완공된 미술관은 신문 기사에서 봤던 검은색 외관이 아닌 유 글라스(U-glass) 안쪽으로 건물의 트러스(Truss) 구조가 훤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유리의 투명도와 창틀 정도로 구분되는 불규칙한 형태의 창문이 의미 없어 보였다. 원안대로 미술관이 검은색 외관이었다면 창문의 불규칙한 형태가 훨씬 강조돼 보였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건물의 외관이 바뀐 이유도 구조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코어에 한쪽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건물 자체의 무게가 많이 나가면 땅으로 향하는 힘(외팔보의 처짐)이 커진다.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언론에 공개됐던 검은색 외관의 재료는 블랙 콘크리트다. 산화철로 콘크리트 입자를 검게 코팅하는 원리다. 그래서 블랙 콘크리트는 겉면뿐만 아니라 안쪽까지 검다. 어쨌든 블랙 콘크리트도 일종의 돌이기 때문에 무겁다.
코어에서 건물 끝까지의 길이는 17∼19m다. 의인법을 쓰자면 서울대 미술관은 17∼19m 길이의 양팔을 벌리고 캠퍼스 앞에 서 있는 거인이다. 그런데 이 거인의 팔 밑이 의외로 유용했다. 미술관 근처 건물에서 머물던 몇 달간 미술관은 비가 오는 날에는 거대한 우산이, 햇빛 강한 날에는 처마가 되어 주었다. 휴식이 필요해 건물 아래 벤치에 앉아 있으면 관악산 능선을 덮고 있는 지붕이 된 미술관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관리상의 이유로 미술관 옆을 지나는 보행 동선이 건물 내부에서 설계자가 의도했던 관람 동선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서울대 미술관은 모두에게 열린 친절한 출입구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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