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병역거부자의 날…'대체복무'의 현 주소 [박응진의 군필]

박응진 기자 2024. 5.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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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시행 5년 차, 복무 기간·형태 등 헌법소원만 100건 넘어
"공동체 기여, 경쟁 아닌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봐야 변화"
대체복무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2020.10.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5월 15일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다. 군인이 되길, 전쟁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날로서, 1980년대부터 이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선 이날을 계기로 병역거부 캠페인이 펼쳐진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수행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 그러나 그 의무를 본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며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이들은 양심상의 이유로, 또는 종교적·정치적·윤리적·철학적 신념에 의해 군복무 또는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거부한다. 신념별로 보면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대부분이다.

2020년 10월 현행 대체복무요원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이들은 병역법 위반죄로 징역형을 살아야 했다. 군복무를 거부해 신념을 지키는 대가로 사회와의 격리를 택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8년 헌법재판소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입영 거부자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라며 당시 '대체복무' 규정을 두지 않았던 '병역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요원(대체역)이란 병종(兵種)이 신설됐다.

(병무청 제공)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모두 3225명이 대체역으로 편입됐고, 이 가운데 1702명이 소집됐다. 소집된 1702명 중에선 278명이 소집해제, 8명이 편입 취소돼 현재 1416명이 대체역으로 복무 중이다. 또 1396명이 소집을 대기하고 있다.

대체역의 복무기간은 36개월이다. 이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포함한 군 복무 일체를 거부하는 만큼,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며 급식·물품·보건위생·시설관리 등 비군사적 성격의 보조 업무만 수행한다.

그런데 현재 육군병(18개월)보다 2배 더 긴 복무기간과 교정시설에 합숙하는 복무 분야·형태 등을 놓고 100건이 넘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돼 있다. 대체역의 현 복무 기간과 형태가 징벌적 성격이 너무 강하단 이유에서다.

대체역으로 복무 중인 장길완(서울구치소·30) 씨는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 '한줌단'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커뮤니티 오피스에서 연 토크쇼에 참석해 "병역이란 힘이 여전히 강력하게 발휘되고 있는 게 대체복무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장 씨는 "사회복무요원은 지하철, 관공서,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하는데, 대체복무요원들은 비가시화되는 것"이라며 "돌봄영역으로 대체복무가 확대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물론 현역병의 복무기간 등을 감안해 대체역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1.5배(27개월) 수준까지 단축하거나 교정시설 합숙 등 복무 분야·형태에 변화를 주는 방안에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가 모임 '한줌단'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커뮤니티 오피스에서 연 토크쇼.2024.5.1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대체역심사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은숙 전 대체역심사위원은 토크쇼에서 "(심사위원들이) 궁지에 모는 질문을 하면서 흠을 찾아내려 한다. (위원들은) 거기에 걸리지 않아야 (병역거부 양심이) 순수하다고 의견을 쓴다"라며 "(밖에선 심사과정에서 그런) 모욕적인 과정이 벌어지고 있는 걸 모른다"라고 전했다.

백승덕 전 위원은 국방부, 병무청, 국회 국방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부 등 6개 기관 인사들로 구성된 대체역심사위의 인원이 29명에서 13명으로 줄어들면서 국방부와 병무청 인사 비중이 늘어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무 관청인 병무청은 △대체역의 복무기간, 복무형태 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 △현역병의 사기 △현역병 등 다른 병역의무자와의 형평성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대체복무제도의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대체복무는 병역법 제5조(병역의 종류)에 명시된 병역이행의 한 형태"라면서, 앞으로 제도 개선을 하게 된다면 "현역병 등 다른 병역의무자와의 형평성 및 병역이행의 공정성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 전 위원은 "지금 국방부와 병무청의 사고방식은 현역이 대빵이기 때문에 대체역은 현역과 경쟁하란 것이다. 계속 현역이 대빵이면 대체역이 돌봄노동을 하게 되더라도 늘 현역과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며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경쟁이 아닌 기여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봐야 대체역 제도의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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