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 '그녀가 죽었다', '관음증' 변요한vs'관종' 신혜선 누가 더 비호감인가

▲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제공| 콘텐츠 지오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관음증'과 '관종', 비호감계 세기의 대결이다. 관음증과 관종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찰떡소화하다니, 신인 감독의 패기와 믿보 배우들의 열연이 '그녀가 죽었다'에서 빛을 발한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공인중개사인 구정태는 직업을 이용한 변태스러운 취미를 갖고 있다. 바로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것. 구정태는 집을 둘러보며 필요한 물건을 수리하거나, 고객의 삶을 파악한 후 그 집에서 가장 필요없는 물건을 기념품으로 챙겨온다.

물론, 구정태는 인물을 특정해 관찰하지 않았다. 그의 삶에 인플루언서 한소라가 나타나기 전까진. 구정태는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관찰 152일째, 여느 때처럼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구정태는 소파에 죽어있는 한소라를 발견하고 패닉에 빠진다.

이후 구정태가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구정래를 협박하기 시작하고 강력반 형사 ‘오영주’ 역시 구정태를 의심하는 가운데 구정태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한소라의 SNS를 통해 진범을 찾아나선다.

'그녀가 죽었다'는 김세휘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김 감독은 데뷔작인 '그녀가 죽었다'에서 신인감독다운 참신하고 신선한 전개 방식에 더해 신인감독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짜임새 있는 연출로 극을 풀어간다.

▲ 그녀가 죽었다 변요한 신혜선 스틸. 제공|콘텐츠지오

'그녀가 죽었다'는 한 시점에서 끝까지 전개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구정태와 한소라 두 사람의 시점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에 '그녀가 말했다'는 강약조절부터 몰입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고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가능했던 것도 이러한 유니크한 전개 방식 덕분이다. 102분의 컴팩트한 러닝타임으로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않은 것 역시 깔끔한 '그녀가 죽었다'를 완성하는 요소다.

물론, 이엘이 맡은 형사 오영주 캐릭터의 어색한 말투와 행동, 후반부로 갈수록 과해지는 반전 설정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김한민보다 낫다"라는 변요한의 애정어린 말들이 납득이 될만큼 '그녀가 죽었다'에서 보여준 김세휘 감독만의 강단 있는 주제와 개성 넘치는 전개 방식이 차기작을 더욱 기대케 한다.

또한, 김세휘 감독의 '원픽'인 베테랑 주인공 변요한과 신혜선은 각각 '관음증'과 '관종'이라는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소화하며 완벽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변요한은 그간의 스윗하고 능글맞은 매력을 벗어던지고 관음증을 가진 공인중개사 구정태 역을 맡아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연이은 비호감 캐릭터로 스크린을 완벽 접수했다. 또한, 신혜선은 그간의 러블리 '로코여신'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관종 인플루언서 캐릭터로 변신해 특유의 생활연기에 더해 극강의 감정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2017년 영화 '하루'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의 폭발적인 연기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 극 말미 두 사람이 펼치는 액션과 연기 차력쇼는 '그녀가 죽었다'의 클라이맥스를 완성한다.

'그녀가 죽었다'의 가장 큰 강점은 범죄를 미화하지 않겠다는 연출진의 부단한 노력이 관객들에 와닿는다는 것. '그녀가 죽었다'는 영화 전반이 인물들의 내레이션과 함께 구성되는데 인물들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대비되는 내레이션이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능동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이를 통해 주인공들의 행동에 담긴 문제와 주제의식에 관객들에 자연스레 전달된다.

5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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