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美대통령, 모든 게 괜찮을 것” 코언이 증언한 트럼프와 마지막 통화
“제가 겁에 질리고 낙담하고 있을 때 그가 전화로 ‘걱정하지 마라. 나는 미국 대통령이다. 모든 것이 괜찮을 거다. 강인하게 버텨라’라고 말했습니다.”
14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트럼프의 전(前)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8년 4월 미 연방수사국(FBI)의 압수 수색을 당했는데 이후 트럼프가 전화로 위로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것이 트럼프와 코언의 마지막 통화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은 코언의 법정 증언 둘째날이었다. 코언은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이었지만 지금은 이번 사건 핵심 증인이 된 인물이다.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비용으로 13만 달러를 주는 등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를 대신 해 여러 리스크를 직접 관리했다. 그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사건 당시 트럼프의 언행에 대해 배심원단 앞에서 증언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오후에 시작된 반대 심문에서 코언의 증언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기 위해 가열차게 공격을 퍼부었다.
AP, CNN 등에 따르면 코언은 자신이 FBI로부터 집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 당했을 때 트럼프가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압수 수색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의뢰에 의한 것이었지만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한 자료도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트럼프가 전화를 걸어 와 코언을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이와 관련해 새로운 인물의 이름도 공개했다. 2018년 비공식적으로 트럼프와 코언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 로버트 코스텔로 변호사다. 코언은 코스텔로가 전화를 걸어 와 “가만히 있고, 뒤집지 말고,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코스텔로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코스텔로가 코언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에는 “높은 곳에 친구가 있으니 잠 푹 자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코언은 연방 검찰에 기소돼 복역한 뒤 트럼프로부터 돌아섰고, 트럼프는 코언을 “쥐새끼(Rat)”라고 불렀다. 코언은 이날 2017년 2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를 만나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건넨 합의금 변제 문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또 자신이 트럼프에게 법률 자문비 명목으로 된 청구서를 보냈지만 이는 가짜였고, 실제로는 ‘입막음’에 사용한 돈을 변제받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날 오후엔 트럼프 측 변호인도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측 토드 블랑쉬 변호인은 심문을 시작하자마자 코언에게 지난달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트럼프를 ‘독재자 얼간이(dictator douchebag)’라고 부르고, ‘울고 있는 X’이라고 묘사한 적 있는지 물었다. 코언은 인정했다. 블랑쉬는 유능한 맨해튼 검사 출신이다. 블랑쉬는 코언이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트럼프가 주황색 점프수트를 입고 감옥에 갇힌 모습을 그려 넣은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배심원단에 보여주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지난주 스토미 대니얼스 반대 심문 과정에서도 대니얼스가 트럼프와 관련한 제품을 판매한 점을 부각하며 ‘트럼프를 이용한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고 한 바 있다. 또 블랑쉬는 코언에게 “트럼프와 단절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변호인은 코언을 트럼프에게 집착하고 배신당하고 복수하려는 남자로 보이게 했다”고 전했다.
코언의 증언은 16일 이어진다. 검찰은 이날 코언이 검찰 측 마지막 증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법원에 트럼프를 포함해 증인을 추가로 부를지 여부에 대해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모든 심문이 끝나면 최후변론을 한다. 뉴욕주에서는 변호사가 먼저 최후 변론을 하고 검사가 그 다음에 한다. 이후 배심원들은 심의에 들어간다. 심의는 하루에도 끝낼 수 있지만 며칠 동안 해도 된다.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평결하면 유죄 여부가 결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무죄를 선고할 수 없어 이 사건은 사실상 무효가 된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해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 주지사와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를 지원하기 위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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