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권도전은 기정사실?…"2021년 尹 행보와 유사"

곽재훈 기자 2024. 5. 1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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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소장파 일각 기대감…친윤계는 냉담? "본인 선택"

카메라 앞에 서서 육성을 들려준 적이 없다. '오늘은 누구를 만났다더라' 하는 소식만 전해진다. 그런데 호평 일색이다. 이런 '잠행 같지 않은 잠행'이 벌써 석달째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권'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돌발실수 같은 리스크가 큰 직접 노출은 피하면서 하고 싶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비대면 일방향 미디어 정치’인 셈이다. 정치 초보로선 안전한 장치지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중의 호기심도 식어갈 수밖에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동정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21년 6월 <한겨레>가 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다." ('외곽 돌며 간접화법 일방 메시지, 윤석열의 '간보기 정치'. 2021.6.4)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여권에서는 연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한동훈 목격담'이 주요 화제다. '바이럴 정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직후 '한동훈 비대위' 구성원이었던 전직 비대위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지난 3일 김형동 전 비서실장 등 당직자들과도 만났고 12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자택 근처 길거리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 양재동의 한 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는 시민들이 올린 글·사진이 나돌기도 했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는 이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 끝에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윤 대통령이 보였던 행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직 당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모습, 운동복 차림으로 '천안함' 모자를 쓰고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담겨 보도됐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박도준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만나거나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와 회동한 사실을 뒤늦게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 전 그것과 닮았다는 반응이 많다. 윤 대통령도 2021년 3월 초 검찰총장에서 퇴임한 이후 그해 6월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기까지 철저히 잠행하되 근황과 생각은 간접적으로 퍼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권성동·정진석 의원 등 정치인과의 접촉은 물론이고 각계 전문가나 보훈 관련 유공자 등의 만남이 모두 목격담이나 전언 형태로 기사화됐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도 정치적 유산은 그대로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단체가 최근 한 전 위원장 자택 인근에 "그대가 있기에 희망을 보았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신평 변호사는 9일 SBS 라디오에 나와 "지난 대선 과정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지원하는 조직이 전국 각지에 설치됐는데, 그 조직이 한 전 위원장 측으로 다 흡수됐다"고 주장했다. -5.14 <중앙일보> '도서관서, 식당서, 거리서…잠행한다던 한동훈 목격담 정치'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한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 친윤 주류에 속한 이들보다는 비주류·소장파에서 그의 전당대회 참여에 대해 기대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윤계에서 유일하게 '황우여 비대위' 일원이 된 김용태 비대위원은 14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는 당권 주자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한동훈 전 위원장을 포함해서 당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당권주자가 많이 돼서 전당대회가 흥행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동훈 지도부 일원이었던 김종혁 당 조직사무부총장도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고 나면 그 대표는 아마 굉장히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새로운 대표는 대대적으로 당을 혁신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 위원장에 대해 "나올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그 이유에 대해 "지금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언론도 보도를 하고 있는데, '한 위원장 안 나온다' 이렇게 돼버리면 우리 전당대회가 굉장히 김 빠진 맥주처럼 돼버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지금 다른 분들이 나온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게 될지 좀 의문"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당에 영입한 이상민 의원 역시 전날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지난번 총선 때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그때 진두지휘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다음 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나가지 않는 게 마땅하고 자연스럽다 보고, 그래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다"면서도 "한 전 위원장이 강력하게 출마를 해서 당대표가 돼야 된다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또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이 상당히 상황이 어렵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시피 한데,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리더십은 결국 지금까지 거론되는 분들보다는 한 전 위원장에게 기대되는 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하며 "딱히 그 점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가 좀 쉽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한 전 위원장이 나오는 게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지 않나? 그리고 한 전 위원장도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미뤄 짐작을 해보면 딱히 안 나간다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전날 CBS 라디오에서 "나가는 쪽으로 상당히 검토를 할 것 같다는 느낌"이라며 "저(도서관) 사진도 마찬가지다. 저도 책 보는데 집에서 본다. 도서관을 왜 가느냐", "한 전 장관이 양재도서관에서, 오픈된 데에 가서 책을 봤다는 건 책을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책을 보는 걸 보여주고 싶은 또 하나의 의도하지 않은 의도도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출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친윤계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지만 딱히 견제하는 반응도 잦아드는 등 다소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 관련 질문이 나오자 "공직에 나가든 당직에 출마하든 그것은 오롯이 본인의 선택"이라며 "특히나 전당대회에 출마하고자 하는 경쟁자적 위치에 있는 분들 쪽에서 나가라 말아라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 왜 제3자가 나가지 말라고 압박해야 되나"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약 1주일 전인 지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내가 이번에 원내대표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가진 근저에는 공천관리위원으로서 우리가 진 선거 결과에 느낀 책임감이 있다"고 해, 총선 지도부였던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부정적 의견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었다.

대구 달서갑 현역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를 당한 홍석준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도서관에 갔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본인도 '칩거만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사람을 서서히 만나고 있는 그런 단계"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총선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최근 행보를 보면 반반인 것 같다"며 "특히 어제 원희룡 전 장관과 만난 것이 결정적으로 '아, 출마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했다.

홍 의원은 다만 "개인적으로는 한 전 위원장이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출마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은 특히 큰 선거를 치르고 난 다음에는 이겼든 졌든 '쉼'이 필요하다"며 "한 전 위원장이 만약에 당 대표 출마하면 대번에 '총선 참패' 공격을 많이 받을 것이고, 그런 것이 계속해서 정치적 상처, 데미지로 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이른바 '윤-한 갈등설'에 대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은 끊으려 해야 끊을 수 없는 깊은 인간적인 인연도 있는 관계"라며 "앞으로 두 분의 관계는 과거와는 좀 멀어질 수 있지만 결국은 다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편 야권 일각에서는 '한동훈 대표'설에 대해 묘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최재성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하게 되면 한동훈과 대통령의 대결 구도이고 그야말로 갈등에서 전쟁이 되는 것"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는 꽤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디시인사이드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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