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휴가중 黨 쥐락펴락… 이재명의 ‘병상 정치’

김상윤 기자 2024. 5. 1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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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혹 제거 수술… 어제 퇴원

휴식 겸 신병 치료차 휴가에 들어갔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병원에서 퇴원했다. 입원 닷새 만이다. 이 대표는 휴가에 들어가면서 “휴가 동안 당무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렇지만 이 대표가 병상에 있는 동안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사람이 사실상 추미애 당선자로 교통정리 됐고 거기에 ‘명심(明心·이 대표 의중)’이 작용했다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이 기간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라인야후 사태를 쟁점화하고, 검찰 등 대여(對與) 공격 방향도 제시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병상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최근 휴식과 신병 치료차 입원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병상에서도 주요 현안에 대해 당대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이런 ‘병상 정치’가 있었다. 사진은 작년 9월 단식 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 대표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정인성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선 지난 12일 이뤄진 국회의장 후보 교통정리 이면을 놓고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16일 실시되는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애초 4파전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12일 5선의 정성호 의원이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하고, 6선의 조정식 의원도 추미애 당선자를 만나 단일화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경선 흐름이 추 당선자와 우원식 의원 2파전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내부는 ‘추미애 국회의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2대 의원 당선자들이 유권자인 의장 경선인 만큼, 어느 한 사람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경합 구도가 12일 하루 사이 일거에 무너졌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친명계 중진인 조정식·정성호 의원의 국회의장 경선 포기를 이끌어낼 힘은 이 대표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휴가를 떠나기 전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례나 순리에 따라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조·정 의원의 후보직 사퇴가 이 대표가 지난 9일 휴가에 들어간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고 말하는 민주당 인사도 적잖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수술을 마치고 열성 당원들의 여론 등을 감안해 조·정 의원에게 직간접으로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박찬대 원내대표 역할론’도 나온다.

이와 관련,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에서 “만일 박 원내대표나 이 대표와 가까운 이들의 권유를 받아 (조·정 의원이) 중단한 거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의 자리인데, 구도 정리에 대표가 관여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한 게 아니라 순리를 강조한 것”이라며 “표결하기 전까지 시대적 흐름과 유권자들의 바람을 살피고 상호 간에 의견 교환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이 대표는 휴가 기간에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소통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입원 중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주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당의 ‘대여 투쟁’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입원 당일인 지난 9일 밤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우리 안의 작은 차이로 내부 갈등과 대립에 힘을 빼지 말자”고 글을 올려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10일엔 소셜미디어에 정부의 민방위 교육 영상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한 지도가 사용됐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실수일까?”라는 글을 올렸고, 11일에는 ‘라인 사태’와 관련해 정부 대응을 지적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민주당은 이 대표 메시지가 나온 뒤 당력(黨力)을 라인 사태에 쏟아부었다. 민주당은 한일 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관련 국회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13일엔 자기를 수사한 검찰의 공문서 위조 의혹을 제기하며 “공문서를 표지 갈이로 변조 행사하는 것은 중범죄”라고 했고, 이에 민주당 의원과 22대 당선자 10여 명이 곧바로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 대표의 ‘병상 정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해 입원했던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상황을 보고받고 전략을 논의했고, 흉기에 피습당한 지난 1월에는 현근택 변호사 조사를 지시하고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이 대표는 16일 소집되는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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