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줄 알았는데.... 터빈·변압기·전선, ‘E산업’이 뜬다

이정구 기자 2024. 5. 1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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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터빈 수요 세계 각국서 폭증
두산에너빌리티가 2019년 세계에서 다섯째로 개발에 성공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적인 구전난(求電難) 속에 가스터빈 수요가 폭증하자, 미국 GE, 독일 지멘스 등이 장악해온 가스터빈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AI(인공지능)·데이터 센터·전기차 등 폭증하는 전력(電力·Electricity) 수요가 세계적으로 전력 산업 생태계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발전소 투자가 쏟아지면서 발전용 터빈, 변압기, 전선 등 장비도 ‘E(전력) 프리미엄’으로 수요가 폭증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AI 발전에서 작년에는 엔비디아의 신경망 칩 부족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변압기 부족이 닥쳤다”고 했다. 전력 인프라 업계에선 “거대 시장인 미국의 전력 설비 교체 주기까지 맞물려 2030년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계공학의 꽃’으로도 불리는 가스터빈(두산에너빌리티), 초고압 변압기(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 인프라 설비에서 기술력을 끌어올린 국내 기업의 세계시장 입지도 강화되고 있다. 200년 넘은 전력 설비 시장은 그간 GE·지멘스 등 미국, 독일의 선진국 메이저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에너지 러시’가 벌어지면서 이들만으로는 쏟아지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그래픽=김성규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중부발전이 경남 함안에서 추진 중인 함안복합화력 가스터빈 수주를 앞두고 있다. 가스터빈 시장이 수요 폭증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GE, 지멘스 등 선두 기업들의 납품 날짜는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두산에너빌리티가 단독 응찰했다. 2019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계약을 따내면 가스터빈 4호 수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독일, 일본 등 모두 기계 설비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쟁력을 쌓은 곳들”이라며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난공불락이었던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이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며 변압기, 전선 등 한물갔다고 생각했던 전력 관련 업체들은 ‘귀한 몸’이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변압기 수출액은 5억4482만달러(약 74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81.9% 늘었다. 고압 케이블을 포함한 전선 수출도 1분기 6억7571만달러(약 9250억원)로 작년보다 45.7% 늘었다. 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대한전선 등 관련 기업 모두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반도체·석유화학·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을 뒷받침하면서 지난 수십년간 성장해온 한국의 전력 생태계만큼 노하우가 쌓인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한전 사장을 지낸 조환익 국민대 특임교수는 “전력 산업은 성장성이 높고 경쟁력이 강한 산업 가운데 하나”라며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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