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기차 시대, 탈탄소 밀어붙이다간 탈성장 구렁텅이 빠져”

조재희 기자 2024. 5. 1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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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전력 확보 전쟁] [下] 박주헌 前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이 촉발한 구전난(求電難·electricity shortage)을 맞아 각국이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에너지 정책도 그동안의 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이 커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과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에게 우리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물었다.

-세계 각국으로 구전난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산업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그중에서도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크다. 이들은 365일, 24시간 동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산업들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정책이 직접 연결돼 있다. 에너지 정책이 삐끗하면 산업 경쟁력까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탈성장은 기후변화보다 더 빨리 미래 세대를 구렁텅이로 내몰 수 있다. 더욱이 AI와 전기차로 대표 되는 미래 시대에 에너지 없이는 나라 전체가 도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도 나서야 하겠지만, 탄소 중립의 실패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실 석탄을 비롯한 화석 에너지의 퇴출은 몇몇 선진국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언감생심’이다. 탄소 중립만 좇다가 흐지부지됐을 때, 우리 산업이 타격을 입어서는 안 된다. 탄소 중립의 실패는 곧 화석 에너지의 건재를 의미한다. 우리는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 에너지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에너지 빈국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투자국이면서도 석유 비축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첨단 산업에서도 전기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AI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도 곧 충분한 전기 확보가 바탕이다. 전기 생산 없이는 미래도 없다. 깨끗한 미래만을 추구하다 가난한 미래를 물려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성장을 억제해서는 우리 국민의 삶을 유지하지 못한다.”

-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는 없다는 말이 있다.

“물론이다.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는 ‘착한 에너지’이고, 원전이나 화석연료는 ‘나쁜 에너지’라는 말도 성립하지 않는다. 절대 우위인 에너지는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이든 화석연료든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모든 가용한 에너지를 여건에 맞게 잘 섞어 써야 한다. 특히 가스발전은 계속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곧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비중이 확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켜고 끄는 데 며칠씩 걸리는 원전, 아직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수소로는 폭발하는 수요를 맞출 수 없다.”

-한편에서는 전력망이 없어 동해안 발전소가 잇달아 멈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해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송배전망은 필수다. 전력망 확충은 한국 경제의 장래를 결정지을 핵심이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분야다.”

-하지만 전력망 구축을 위한 특별법은 21대 국회가 끝나면 폐기된다.

“이 법은 탄소 중립과 AI 혁명, 또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그야말로 미래를 위한 법이다.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정부가 더 노력하고, 여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에너지를 정치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에너지 전환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100~200년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다. 한 정권이 결정해서 20~30년 안에 끝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야말로 백년지대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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